한나라당이 비례대표 심사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창당이후 가장 많은 597명이나 몰린 신청자 가운데 한나라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 발탁이 쉽지 않은데다 비례대표심사가 공천심사에 이어 공정성에서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런 고민 때문에 후보등록을 코앞에 둔 21일 선거법에 따라 여성에게 주게 돼 있는 비례대표 1번 후보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비례대표 1번으로 거론됐던 이경숙 인수위직위원장이 영어몰입교육 발언 파동으로 후순위로 밀려났으며 또다른 1번후보로 거론돼 왔던 대선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배은희 리젠바이오텍 대표이사도 ‘청와대 공천’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후보들도 고민이다. ‘꼿꼿장수’로 불렸던 김장수 전 국방장관은 남성 1번인 비례대표 2번 등 상위순번 공천이 점쳐지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활동했던 전력으로 ‘철새논란’이 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공천탈락한 박희태(경남 남해·하동) 전 국회부의장과 정진석(충남 공주·연기)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설과 관련해서는 공천탈락한 친 박근혜 전 대표측 의원과의 형평성 문제제기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는 내각과 청와대 인선이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아 한나라당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 비례대표 공천에서 노동계·장애인을 비롯해 호남 출신 등을 상위 순번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은 21일 이와 관련해 “특정 지역에서 의석을 갖지 못하는 집권여당은 의미가 없다”며 “비례대표 당선권의 40%는 호남 출신에게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관련해서는 치과의사인 성제경 당 장애인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이정선 한국장애인정치포럼 대표 및 이경혜 부산점자도서관장 등이 거론되며, 호남 출신으론 친박계 이정현 전 공보특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노동계의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 박성철 공무원노조연맹 위원장 등도 상위순번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은중기자 jungk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