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을 지켜보는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근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5년간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국회 과반수 의석 확보에 경고등이 들리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당인 한나라당 내 공천 전개양상은 당초 개혁공천 기대와는 다른 길로 빠지고 있다고 청와대는 판단한다. 청와대 고위 인사는 6일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총선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로 아끼는 당내 소장파 의원들을 불러들여 여러 사항을 점검하고 토의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5일에는 박형준, 4일엔 정두언 의원이 청와대에서 대통령 면담을 하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선에서 대통령의 한 측근 의원도 5일 청와대 인사와 만나 머리를 맞댔다. 이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본격적으로 공천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돌아가는 낌새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총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이 필요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에게 공천 진행 상황을 자주 보고해온 당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두 의원과 만나 개혁공천을 해야한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 의원, 박 의원과의 면담에서 국민들로부터 공감받는 공천, 개혁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전한다. 상대인 통합민주당에서 전과 경력자를 포함해 부적격 인사들을 모두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것과 대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측면도 있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개혁공천 대상으로 거론되는 한 의원이 면담을 요청하자 “나에게 찾아올 것이 아니라 당의 공천심사위원들을 설득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측면에서 이 대통령은 두 의원에게 당에서도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여당의 과반확보를 가능케 하는 ‘총선 컨셉트’를 잡아야한다“는 당부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총선구상으로 기획했던 큰 줄기에서 벗어나 총선 컨셉트가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은 또 몇몇 중요 지역의 전략공천 포인트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었다. 예컨대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의 출마가 예상되는 서울이나 경기 지역구에 당내 거물급 중진의원을 전략적으로 투입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영남에 지역 기반을 둔 다선 의원에게 넌지시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제안이 전해졌고, 해당 의원도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이 경우 총선 선거과정에서 당 전체를 견인하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본인의 정치력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카드“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춘추관 기자들과의 만찬회동 외에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앞두고 현안 보고와 국정 연구에 몰두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에는 ‘일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 대통령의 총선 딜레마 해법 풀기가 향후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주목된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