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과외선생님이 된다니 꿈만 같아요. 비슷한 환경의 결혼이민 아내들과 이웃 어린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할 것입니다.”

30일 초등학교 방과 후 영어강사나 결혼이민가정 방문 한글교사로 활동하는 결혼이민여성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경북도와 경북교육청, 계명대가 고학력 결혼이민여성들을 강사로 활용하기 위해 개설한 ‘이민여성 방과 후 교사 양성과정’ 첫 수료자가 이날 배출된 것.

이날 학위증을 받은 사람들은 저마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필리핀 출신 리사(여·31)는 “한 달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 아이들에게 영어뿐만 아니라 미래의 꿈을 키워주는 유능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인 피 티 옥란(여·27)도 “한글을 못하고 고통 받는 동료들이 많다. 이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해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하도록 한글을 열심히 가르칠 생각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들은 다음 달 실습과정을 거친 뒤 3월부터 거주지에서 이웃집 또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방과 후 영어강사나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이민여성의 한글교사로 봉사활동을 한다. 이들은 계명대 국제교육센터에서 지난 7일부터 30일까지 주 5일 84시간의 한글과 영어수업을 마쳤으며 30일 오전 수료식을 했다. 수료자는 이웃집이나 초등학교 방과 후 원어민 영어강사로 활동하게 될 31명과 결혼이민 아내를 위한 한글교사로 봉사하게 될 47명 등 모두 78명. 이들은 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이 과정에 참여했으며 경북지사와 계명대 총장 명의의 수료증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영어가 공용어인 필리핀 출신들은 영어 원어민 강사과정을,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사람은 한글 방문교사과정을 이수했다. 이들은 매일 계명대로 출퇴근하거나 합숙을 하며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교재를 통해 교수기법뿐 아니라 아동교육과 가족상담과 관련한 내용 등도 강도 높게 이수했다.

이 교육과정 책임자인 김선정(여·45) 계명대 한국문화정보학과 교수는 “다양한 국가 출신인 이들은 오전 10시 첫 강의를 듣기 위해 3~4시간 전부터 센터를 찾았으며, 특히 자국의 대표자인 것처럼 시범수업에 경쟁적으로 참여할 정도로 교육열의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들 수료자들은 취업기회가 넓어진 데 즐거워했다. 수료자들은 “영어 또는 한글강사 외에 또 다른 취업기회가 늘어나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면서 “한국생활에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도 “학교 등에서 개별적으로 방과 후 원어민 강사를 활용한 적은 있어도 공공기관이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공식적으로 결혼이민여성 강사를 배출, 교육현장 등에서 활동하게 하는 것은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현재 경북도 내에 정착한 결혼이민여성은 4622명. 2000년 초부터 시작된 결혼이민행렬은 2003년부터 연간 500~1000명씩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30% 정도는 한글을 전혀 모르고 있다. 이와 함께 도내 500여개교의 초등학교 중에서 25% 정도만 방과 후 원어민 강사가 배치돼 있어 영어교육여건도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대구 =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