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0일 개최한 ‘영어 공교육 완성을 위한 실천방안’공청회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인수위측 의견에 찬성하는 인사들로 토론자가 채워져 ‘반쪽 토론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인수위측과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토론자들이 사전에 모임을 가졌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인수위측은 자료 유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통상 사전 배포하는 토론 발제문조차 배포하지 않고 있다가 정작 일부 언론에 자료가 새나가자 심야에 자료배포를 결정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30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일부 토론자들은 인수위측 ‘영어 로드맵’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어로 진행 하는 영어 수업을 시행할 경우 고교 영어 수업시간이 이원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영어 과목을 영어로 하는 수업에 절대적으로 찬성”, “수능시험의 대체에 적극 찬성”, “일선교사들도 여건만 되면 영어로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의지도 강한 편”이라고 말하는 등 인수위측 의견에 찬성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일부 참석자들은 인수위조차 한발 물러선‘영어 몰입교육’과 관련, “방학때마다 초·중등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몰입프로그램을 운영해 학부모로부터 학습효과가 좋다며 칭찬을 받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여론 수렴이라는 공청회 본연의 취지가 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인수위 관계자는 “어차피 영어 교육 자체에 반대하는 분들에게 보완방안 등을 듣는다는 게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토론자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인수위측은 전날 오후 인수위 인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토론자들을 소집, 인수위측 발제문을 강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토론자들을 사전에 소집해 공청회 진행과 내용까지 사전 조율한다(전교조)’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수위측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발제문의 사전 배포를 막고, 토론자들을 직접 소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9일 오후 일부 언론에 공청회 자료가 통째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자 인수위는 급하게 방침을 바꿔 이날 밤 10시45분쯤 공청회 자료를 모든 언론사에 공개했다. ‘기밀’이라던 공청회 자료가 어떻게 외부로 흘러나간 것인지, 한 언론사에 자료가 유출됐다는 이유로 뒤늦게 방침을 바꿔 아예 자료를 공개해 버린 것이 적절한 조치였는지 등도 논란거리다.

한편 30일 오전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 앞서 인수위원들은 ‘영어’를 주제로 한 농담을 주고 받았다. “오늘 영어로 회의를 하는 줄 알고 참석자들이 빠졌나”, “(영어를 못하는) 우리도 일어나서 가야해”, “너는 오늘 영어 가르치러 나왔나” “TESOL(영어전문교사양성과정) 안해서 자격은 없어요” 같은 ‘한가한’대화가 이어졌다. 영어 로드맵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섞인 관심을 감안하면 인수위에서 나올 농담으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올만 한 대목이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