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등 세계적인 제약업체들의 불공정 독점행위에 대해 유럽연합(EU)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유럽집행위원회(EC) 경쟁(반독점) 위원회가 최근 화이자 등이 기한이 만료된 특허를 교묘하게 연장하는 등의 수법으로 고가 정책을 유지하거나 저가의 일반의약품 제조를 지체시키고 있다는 혐의를 포착, 조사에 들어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경쟁위원회의 닐리 크뢰스 위원은 “무엇인가 썩어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일부 제약업체는 특정 일반의약품 제조업체와만 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값싼 일반의약품 제조를 더디게 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위원회는 지난 15일 사전통보 없이 화이자 등을 방문, 질의서를 건넸다고 FT는 전했다. 익명의 반독점 전문 변호사는 이날 FT와의 인터뷰에서 “사전 예고없는 조사방문은 참신하면서도 다소 공격적”이라면서 “분명 무언가 냄새를 맡은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경쟁위원회가 조사 중인 제약업체에는 미국 화이자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프랑스 사노피-아벤티스 등 3대 제약업체를 비롯,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존슨앤드존슨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세계 최대 일반의약품 제조업체 테바도 조사대상이라고 FT는 전했다.

이에대해 화이자와 머크 등 미국의 대형 제약업체들은 16일 “EU가 조사에 착수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영국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도 이날 “EU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FT는 덧붙였다.

특허가 끝난 의약품과 유사한 저가의 ‘카피’ 약품을 제조하는 일반의약품 업체들은 그동안 화이자 등이 지적재산권을 활용, 특허권을 연장하는 수법으로 독점적 권리를 누려왔다고 비난해왔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2000~2004년 겨우 28종의 신약이 출시됐고, 유럽인들은 매년 2000억유로(약 277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약값을 지불하고 있다고 AP통신은 17일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1995~1999년에는 40종의 신약이 시장에 나왔었다. EU는 2005년에도 아스트라제네카가 궤양 치료제 ‘로섹’의 일반의약품 제조를 지체시키기 위해 잘못된 정보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6000만유로의 벌금을 부과했었다.

한편 EU는 지난 15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운영체제 윈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끼워 판매하는 등 반독점 규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