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

이명박 정부의 아파트 재건축 규제 완화 움직임에 서울의 리모델링 아파트 단지들이 일부 재건축으로 방향을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리모델링을 추진해왔던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은 재건축을 선호한다는 목소리를 다시 내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 내용이 극히 부분적이라는 분석과 함께 재건축 수익률이 기대에 못미치는 만큼 아직까지 큰 목소리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준공 2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 중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늦추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리모델링 허용 건축 연한은 15년 이상의 아파트 단지로 국한된다.

서울 여의도 삼부아파트(1976가구)는 올들어 단지 주민들 사이에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삼부아파트 인근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 이후 재건축 추진 의견이 높아져 리모델링 사업 자체를 무산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삼부아파트는 지난해 리모델링 사업 우선협상 시공자를 선정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아파트 역시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1985년 준공된 개포한신아파트는 비슷한 시기에 준공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인근 개포주공아파트와 은마아파트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리모델링 사업이 거의 멈춘 상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5차 아파트는 고층화 허용 방안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으로 리모델링 사업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인근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이미 압구정동 일대 고층화 기본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압구정동 현대5차 아파트에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데 대해 주민 반대가 극심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 완화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규제 완화가 있다손치더라도 일부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은 리모델링보다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막연하게 재건축을 선호하는 것은 옳은 판단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