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대통령이던 공화당의 조지 부시(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를 압도적으로 이긴 민주당의 빌 클린턴이 내세운 선거공약은 단순했다. “문제는 경제야, 이 멍청아! (It’s the economy, stupid!)”

이번 우리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긴 이명박 당선인도 “누가 뭐래도 경제”라고 외치며 “경제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우리 국민도 미국보다 15년 늦게 경제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에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두어 모든 정책을 경제성장과 연계시키기로 한 것도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경제 성장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 주체인 기업을 대상으로 규칙제정·지원·규제·생산·구매라는 다섯 가지 정책을 쓸 수 있다. 이 가운데 정부 색깔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정책은 당근에 해당하는 ‘지원’과 채찍에 해당하는 ‘규제’다.

우리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60년 동안 지원과 규제의 강약을 조합해서 생기는 네 가지 정부를 두루 경험했다. 지원과 규제 중 어느 것도 내세우지 않는 ‘자유방임’적 정부를 이승만 대통령 시절 12년 동안 경험했고, 지원에 무게가 실리는 ‘중상주의’적 정부를 박정희 대통령 시절 20년 동안 경험했으며, 지원과 규제를 모두 강력하게 구사하는 ‘가부장’적 정부를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대통령 시절 18년 동안 경험한 후, 최근 10년에는 규제에 무게가 실리는 ‘입법주의’적 정부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경험했다.

이명박 당선인은 어떤 정부를 선택할 것인가. 선거공약만 가지고 보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중상주의적 정부를 내세워 규제를 줄이고 지원을 늘릴 것 같다. 그러나 규제를 없애는 데는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겠지만, 지원을 늘리는 데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수단인 돈, 즉 재정 부담이 따른다.

그렇다면 새 정권에 적절한 대안은 자유방임적 정부밖에 없을 듯하다. 이명박 정부는 변변한 기업 하나 없던 1950년대와 달리 오늘날에는 수많은 우리 기업이 정부 지원 없이도 능동적으로 투자를 하고 해외 진출을 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현 입법주의적 정부에서 규제만을 줄이면 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도 훨씬 크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규제를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규제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고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건안환절’ 즉, ‘건강·안전·환경·절약’ 관련 규제이고, 둘째는 기업에 제공되는 지원이 규정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해서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 처벌을 하는 ‘반대급부’적 규제다. 셋째는 기업이 사업을 하기 전에 정부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인·허가’적 규제다. 이 가운데 건안환절 규제는 정부 성격에 관계 없이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모든 나라가 채택하는 선순환적 규제다. 지원에 대한 반대급부적 규제는 지원 규모를 줄여나가면서 함께 줄여야 할 정책이다.

규제 완화의 핵심은 인·허가적 규제다. 이 규제는 개발독재 시절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명분과 막강한 해외 기업으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 아래 도입된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재량적 결정권한을 가진 정부 관리의 개인적 이해와 직결되면서 우리 사회를 각종 비리가 난무하고 뇌물이 판치는, 그리하여 한국을 부패인지지수(CPI) 기준으로 세계 40등 이하인 후진적 국가로 내몰았다. 이명박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하다. 그것은 입법주의적 정부를 자유방임적 정부로 탈바꿈시켜 기업이 자유롭게 창의력을 맘껏 발휘하면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자유 경쟁 메커니즘을 만드는 일이다. 구체적 방법은 전반적으로 규제를 줄이되, 건안환절 규제는 강화하고, 반대급부적 규제는 지원과 균형을 맞추며, 인·허가적 규제는 없애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자원봉사를 통해 태안 앞바다에 널려 있는 원유 찌꺼기를 닦아버리는 동안, 새 정부는 우리 경제에 덕지덕지 엉겨 붙어 있는 인·허가 찌꺼기를 말끔히 털어버려라.

[[조동성 / 서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