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국정을 운영하는 향후 5년동안 가장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가 교육정책이다. 이 당선자의 교육에 대한 기본 방향은 ‘자율’과 ‘경쟁’ 그리고 ‘교육안전망 구축’이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교사와 학교 간에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대신 정부의 규제를 완화해 자율을 확대해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가난의 되물림’을 막기 위해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국가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자신의 인생 경험이 들어있다. 공약집을 토대로 이 당선자가 추진할 교육분야의 단계별 핵심 정책을 짚어본다.

◆ 초등학교 = 핵심은 ‘영어 공교육 완성’이다. 영어 과목 외에도 영어로 하는 수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앞으로 초등학교에서 영어로 수학을 배우는 장면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당선자는 초·중·고교 조기유학생이 3만5000명(2006년 기준)에 이르는 등 영어열풍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고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학생들을 막으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어학연수를 갈 만한 여건이 안 되는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춰 ‘영어교육 불평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교육만 받아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영어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학생들이 나오지않게 한다는 쪽으로 정책의 틀을 잡았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영어수업이 가능한 교사를 매년 3000명씩 양성하고, 원어민 보조교사를 충원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 중·고등학교 =‘고교다양화 300’으로 정리될 수 있다. 학생들의 다양성과 창의력을 살리기 위해 기숙형 공립고교 150개, 마이스터고교 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 등을 설립해 ‘다양한 선택권’을 준다는 게 핵심이다. 일부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에만 쏠리는 과열 현상을 고교 다양화로 해소해보려는 것이다. 우선 낙후지역에 설립될 기숙형 공립고는 학생의 80% 정도가 기숙생활을 하게 된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맞춤형 장학금 등이 지원된다.

마이스터고교 50개는 전문적인 특성화 고교 집중육성 방안이다. 이 당선자는 교육내용과 교원에 대한 획일적 규제를 철폐하고 산업체와 시민단체 등과 협약을 통해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학생에게는 학비가 전액 면제되고 외국어 교육과 해외연수 등의 기회도 주어진다.

자율형 사립고는 정부의 획일적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다. 현재 자립형 사립고와 비슷한 형태지만 학교운영을 대부분 자율화하고 규제를 대폭 없앤 점이 차이다. 모두 100개를 설치한다는 게 목표여서 16개 광역 시·도별로 평균 6곳 이상씩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당선자는 자율형 사립고가 ‘귀족 학교’가 되지 않도록 소외계층학생(저소득층이나 조손자녀, 편부편모 자녀, 소년소녀가장, 다문화 가정 자녀, 장애학생 등)에 대한 장학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 국가장학제도를 통해 입학생의 30%에게 장학금이 지급할 계획이다.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는 지역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시·도 교육감에게 관련 권한이 모두 넘어갈 예정이다. 이주호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는 “교육부는 얼마를 지원할지와 지원 조건 등만 정하면 된다”며 “단 당장 내년부터는 아니고 사회적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됐을때 가능하다. 지금 당장 특목고 설립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면 부작용만 생긴다”고 말했다.

◆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가 대표 정책이다. 학생들의 입시부담을 줄이고, 대학도 원하는 학생을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1단계는 학생부 및 수능반영의 자율화다. 대학이 학과의 특성에 따라 지원자의 학생부와 수능 반영을 자유롭게 하고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의 입학사정관제도를 지원한다.

현재도 입시 사정은 대학자율로 진행되고 있지만 행·재정 제재나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눈치를 보느라 사실상 타율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규제완화로 실질적인 자율을 유도한다는 뜻이다. 2단계는 수능과목 축소다. 현재 평균 7과목을 응시하는 대신 대학이 요구하는 과목 위주로 4~6과목을 선택해 응시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3단계는 완전자유화다. 대학이 본고사가 없어도 학생선발 능력과 기반이 구축되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대학입시를 완전히 대학에 맡기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현 정부의 ‘3불정책’ 가운데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금지정책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는 그동안 각종 인터뷰에서 “기여입학제는 좀 더 논의해 봐야하고 나머지 두 사항(본고사, 고교등급제)은 대학자율에 맡기면 자연히 효력이 없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대위 자문교수로 활동했던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평등과 복지를 너무 강조해 3불정책 등 다양한 측면의 불필요한 규제가 있었고 이는 곧 개별 기관의 자율성을 해쳐 효율성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는 오는 2월말 입시정책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 대학 =‘관치 완전 철폐’가 핵심이다. 대학에 대한 불필요한 교육부의 간섭을 완전히 철폐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대학의 실질적인 특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입전형기본계획 등 대학입시에 개입해 온 교육부의 기존 기능을 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로 이양할 계획이다. 대신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도 등을 지원하게 된다. 또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방식을 수정해 정책사업비를 줄이고 연구비·장학금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다. 규제완화와 세제개혁도 추진된다. 국립대학도 단계적으로 법인화할 예정이다. 교육부의 한 부서처럼 통제받는 대신 인사 및 재정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국립대학법인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다. 다만 준비된 국립대학부터 단계별로 전환하고 법인화 이후에도 충분히 재정지원을 보장해 세부적 예산편성과 집행은 총장에게 위임할 계획이다. 양 교수는 “자율화가 되면 각 학교들이 서로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을 통한 교육의 질적 향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