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봐도 ‘1사1촌 운동’ 같은 사회공헌 활동은 못봤습니다.”

그레그 페니치(45)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상무(재무담당)는 지난 6일 경기 시흥시 거모동 거모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한국MS의 ‘도농상생, 사랑의 알곡 나누기’행사에 참석해 하루 종일 앞치마를 두른 채 독거노인을 위한 찬거리로 쓸 김장을 담그는 데 여념이 없었다.

페니치 상무는 “돈이나 음식을 기부하는 사회공헌 활동은 본 적이 있어도 이처럼 농촌에 내려가서 직접 일손을 돕고 수확한 쌀과 특산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모델은 처음 봤다”며 “앞으로 더욱 많은 MS 임직원들이 1사1촌 운동에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1사1촌 운동과 MS의 사훈 사이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것이 페니치 상무의 얘기다. 그는 “우리의 사훈은 ‘언리미티드 포텐셜(Unlimited Potential)’로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라는 뜻”이라며 “1사1촌 운동 역시 어려움에 처한 농촌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취지여서 통하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MS 역시 같은 맥락에서 개발도상국가들의 컴퓨터 보급과 교육을 돕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전세계적으로 MS 임직원들에게는 3일간의 봉사휴가가 주어진다. 이날 활동에 참가한 한국MS 임직원 100여명 역시 회사에 봉사휴가원을 내고 이 곳에 나왔다. 그는 “기업도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기업시민활동을 펼치지만 그 결과로 회사가 뭘 얻는지보다는 직원들 스스로가 따뜻한 뭔가를 얻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뜻에서 3일간의 봉사휴가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AT) 체결 등으로 걱정이 많은 한국 농민들에게 미국계 기업 임원으로서 해주고 싶은 얘기가 없느냐고 묻자 “농가엔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 시장이 열리는 만큼 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가 앞으로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페니치 상무는 이날 앞치마는 물론이고 옷소매와 바지가 온통 김치 양념으로 범벅이 됐다. 그는 “예술가가 된 듯 한장, 한장 페인팅을 하는 느낌으로 김치 양념을 버무렸다”며 “외국인으로서 한국 고유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는 아주 독특한 경험을 한 데다 만들어진 김장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 매우 흐뭇하다”고 말했다. 지난 9년간 일본·싱가포르 지사 등에서 일하다 지난 8월 한국지사로 옮긴 페니치 상무는 “내년에는 꼭 가족과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흥 =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