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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자의 선거 포스터 사진을 찍은 박상훈(55·중앙대 사진학과 겸임교수) 작가의 말이다. 그는 2002년 대선 때도 노무현 후보의 선거 포스터 사진을 찍었다. 여기에 노르웨이 오슬로 노벨평화상 기념관에 영구보존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기념 사진 역시 그의 작품이다. 전, 현직 대통령에 이어 새로운 당선자까지 3대에 걸쳐 인연을 맺었으니, 이 정도면 ‘대통령을 만드는 사진가’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30년동안 수많은 사람의 사진을 찍어온 박 교수는 이미 반(半)은 관상학자가 됐다. “렌즈에 담긴 인물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대강 보인다”고 한다. 지난 11월 이 당선자의 선거 포스터 사진을 찍을 때에도 박 교수는 “이미 느낌이 왔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이 당선자가 바쁜 일정으로 피곤에 지친 모습이었지만 단단한 모습이 풍기는 카리스마에서 자신감이 보였다”며 “왠지 꼭 대통령에 당선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노무현 후보의 포스터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그는 “보통 인물사진에선 화장이나 의상 등 연출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이명박 당선자나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사진에선 그런 게 필요 없었다”면서 “인물에서 배어나오는 자연스러운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그는 컴퓨터 편집으로 인물을 살리는 이른바 ‘포샵’ 처리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가 찍은 세 대통령의 사진엔 깊은 주름과 부르튼 입술 등이 그대로 나타난다.

그는 다만, 이 당선자에게 한 가지를 주문했다. “이미 당선됐다 생각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사진을 찍으라”는 것. 박 교수는 “다른 포스터를 보면 영락없는 후보의 사진으로 보이지만, 이 당선자의 사진엔 이미 대통령이 된 것 같은 자신감과 자연스러움이 저절로 배어난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안고 찍거나 손을 치켜올리는 등 상투적 연출도 피했다. 자연스러움이 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박 교수는 처음 이명박 후보캠프에서 포스터 촬영 요청을 받자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그는 “이 당선자가 솔직히 미남형이거나 포토제닉한 스타일은 아니지 않느냐”며 “차가워 보이고 딱딱한 인상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실제 카메라 앞에 선 이 당선자를 봤을 때 “솔직하고 소탈한 이미지가 너무 자연스러워 예정된 촬영시간의 절반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에 대한 바람을 묻자 그는 “문화예술이 빠진 경제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될 수밖에 없어 문화예술 분야에 큰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03년부터 2년 가까이 문화일보가 발행하는 무료지 ‘AM7’에 ‘박상훈의 스타갤러리’를 연재해 큰 호응을 얻은 중견 사진작가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