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9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상황실에서 강재섭(앞줄 가운데) 대표 등 당직자들이 대선 투표 마감 직후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김호웅기자

대선 이후 정치 지형은 정계개편과 ‘BBK 특검’이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아우르는 합종연횡으로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아니면 ‘ BBK특검’을 구심력 삼아 큰 변화 없이 내년 18대 총선을 향해 각개약진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다만, 대선 참패 책임론과 민주개혁 진영 쇄신이라는 ‘뇌관’이 범여권을 강타하면서 이합집산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도 정권 교체의 논공행상, 공천 갈등, 이회창 후보 진영 간의 2차 ‘보수 내전’ 등으로 내홍에 휩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그 이후’에 대한 전망이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내친 김에 달린다. 이제 3연승이 목표다.”

대선 3수 끝에 10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한나라당은 ‘만세’를 연호하며 축제 분위기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한다는 것이 당면과제로 설정한 목표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의 압승, 이번 대선승리의 여세를 몰아붙여 3연승 가도를 질주하겠다는 의지를 곧추세우고 있다.

“부잣집이 너무 한다. 중앙·지방권력에다 의회권력까지 독식하려 하느냐”는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 목매는 이유는 있다. 현재 국회 의석수 분포는 여소야대인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누차 강조했던 바대로 “바꿀 게 너무 많다”는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여대야소 구도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여론이 딱히 부정적이지만도 않다. 문화일보가 대선선거운동기간 중에 실시한 ‘12·17정기여론조사’에서 ‘내년 총선에서 지지할 정당후보’에 대해 물은 결과 한나라당 후보(34.0%), 대통합민주신당후보(12.4%), 민주노동당후보(4.2%), 창조한국당후보(3.1%), 민주당후보(2.9%) 등으로 나왔다. 한나라당지지도(40.0%)나 이명박 당선자의 득표율(48.67%)에는 못 미치지만 비교적 높은 수치다. ‘바람직한 의석수 분포’에 대한 질문에도 여대야소(61.3%)가 ‘여소야대’(25.4%)보다 높게 나왔다.

문제는 향후 여론의 견제심리 작동 여부다. 대선 직후의 총선은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에 호의적이면서도 지나친 권력독점에 대해 일정 정도 부정적인 인식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선·총선이 붙어 있으면 대선승리의 분위기가 이어진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총선 승리는 필수”라고 주장해왔지만 실현가능성을 장담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장담했던 호남에서의 두 자릿수대 득표에 실패한 것은 옥에 티다. 총선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공천갈등 문제 역시 당이 앞으로 해결해야할 숙제 중 하나다. 이 당선자의 압도적인 승리에 비춰 당내 갈등이 재부상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이지만 공천을 둘러싼 권력투쟁의 향배는 100%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이른바 ‘이명박 특검’으로 불리는 ‘BBK 특검’은 대통령 당선자의 거취마저 불안케 하는 시급한 현안이다. 강재섭 대표는 20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위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건의했다.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당선자를 놓고 특검, 청문회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