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동영(오른쪽)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10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회 초청강연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호웅기자

대선이 막판에 접어들면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검투사’로 변했다. 선거 초반 ‘부드러운 이미지’로 승부를 걸었던 정 후보가 검찰의 BBK사건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매서워졌다. 대중연설 스타일도 ‘호소형’에서 ‘선동형’으로 바뀌었다. 검찰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대국민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엔 ‘선동형’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지만, ‘이명박 대세론’을 꺾을만한 묘수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정 후보의 변신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겠느냐는 게 중론이다.

정 후보의 칼끝은 검찰과 이명박 후보를 향해 있다. 정 후보는 “검찰이 수사 따로, 결과 발표를 따로 했다”는 확신에 차 있다. 10일 춘천 유세에서 “김경준씨와 이명박 후보가 동업을 했는데 죄가 있으면 둘다 있고 없으면 둘다 없는 것이지 어떻게 한사람만 무죄가 될 수 있으냐. 이것이 대한민국의 상식이냐”고 반문한 것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정 후보의 한 측근은 “후보가 검찰 수사 결과에 화가 많이 나 있다. 대선 이후에도 계속 문제를 삼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그 이유로 “박영선 의원이 MBC 기자 시절 BBK사무실에서 이명박 당시 회장을 인터뷰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후보도 최근 유세에서 “박영선 의원이 MBC 경제부 기자시절 (이명박 당시 BBK 회장을) 인터뷰 했다”며 “검찰은 관계없다고 하는데 그 동영상이 증거가 아니냐. (BBK 회장이라는 이명박 후보의) 명함은 무엇이냐”고 말했다. 정 후보가 현직 검사 탄핵 소추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정 후보는 청와대도 몰아붙이고 있다. 지난 7일 방송연설에서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청와대가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포문을 연 뒤 9일에는 “노 대통령이 검찰의 국민에 대한 배반을 좌시한다면 역사의 죄를 짓는 일”이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청와대와 이명박 후보간 ‘빅딜설’이 항간에 파다하게 퍼져 있는 상황에서 직무감찰권 행사 등에 부정적인 청와대가 못마땅한 것이다. 특히 측근비리가 터질 때마다 “깜도 안된다”는 등의 발언으로 검찰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자처했던 청와대가 이번 사안에 대해선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에 대한 불만 표출로도 보인다. 따라서 정 후보는 “국민 여론 60%가 검찰 수사 결과를 믿지 못한다”는 것을 근거로 청와대를 계속 압박할 전망이다. 또 1차 TV토론에 이어 2차 토론에서도 이명박 후보를 상대로 전투모드를 계속 가져갈 계획이다.

정 후보는 11일 임기 내에 현행 24개월인 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2012년까지 정예 유급 지원병 5만명을 양성해 모병제 토대를 구축하고, 현행 의무예비군제를 폐지해 50만명 규모의 지원예비군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