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비롯한 종양을 진단하는 데에 흔히 쓰이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 피검자들을 방사능에 노출시켜 오히려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의료물리학자 에릭 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미국인들의 방사능 노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1980년 이후 노출 정도가 거의 2배로 늘었으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CT스캔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홀 박사팀은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이 밝히고 “미국 내 암 발생의 2% 가량이 CT스캔으로 인한 방사능 노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만성 신장질환 등을 앓는 환자의 경우 장기간에 걸친 방사능 노출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홀 박사 팀의 연구에 따르면 CT스캔 때 피검자에게 가해지는 방사능 량은 10~15mSv(밀리시버트·방사능량의 단위)로, 일반 X선의 0.15mSv와 비교하면 100배 가량 된다.

이 때문에 의료종사자들은 CT스캔을 ‘슈퍼 X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CT스캔이 남발되고 있다는 것. 1980년 300만건이었던 미국 내 CT스캔 시술 건수는 지난해 6200만건으로 늘었다. 그중 400만건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연구팀은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검사해도 되는 환자들에게 병원들이 CT스캔을 마구잡이로 적용하고 있다면서 “어린이들 맹장염 진단에까지 CT스캔을 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