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이 이명박 후보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문제로 곤경에 처한 이 후보측이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차제에 당내 권력 분점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받아야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이런 강경 기류는 5일 김기춘 의원 생일축하 오찬모임에서 확연하게 나타났다. 이 자리에는 친박의원 32명이 모였다. 회동의 결론은 이 후보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물론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까지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관련, 유승민 의원은 6일 “어제 김기춘 의원 생일을 맞아 박 전 대표 캠프에서 뛰던 의원들이 모였는데 이재오 최고위원 사퇴가 화합의 첫단추이며 또 의원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는 이방호 사무총장의 언행도 문제삼는 사람이 많았다”며 “그런 분들의 거취가 화합의 첫단추”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특히 이 최고위원 사퇴는 화합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필요조건’임을 강조했다. 그는 “경선에서 이긴 이 후보쪽이 모든 것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의 핵심이 바로 이 최고위원”이라며 “당의 화합을 위해서 그의 발언과 행동이 걸림돌인데 이를 제거해달라는 것”이라고 ‘격한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박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규택 의원도 “경선 후 백의종군 하겠다는 박 전 대표의 명경지수같은 의지를 자극한 것이 이 최고위원”이라며 “이 최고위원이 사퇴해야 화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측이 이 최고위원은 물론 이 사무총장의 동반사퇴까지 거론한 것은 ‘말뿐인 사과’보다는 ‘실질적인 양보’, 다시 말해 당권을 나누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대선이 끝난 후 당권 대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를 명시해 그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박 전 대표측의 입장에선 이 최고위원 사퇴 여부가 향후 한나라당 내분 봉합의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측은 당권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강경 기류가 강하면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 전 총재에 대한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당권 요구를 정치적 이탈의 명분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규택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명분을 중요시하는 분”이라며 “이 전 총재를 지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립성향의 당 관계자는 “21일 당창립기념일 전에 이-박 양 진영이 화합하기 위해 일정 정도 박 전 대표 진영에 당권 등의 양보는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내다봤다.

권은중기자 jungk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