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위기다. 21세기 시대 흐름을 외면한 채 제대로 변화하지 않으면, 산중에서 화석화하고 말 것이다.”

월정사 주지 정념(사진) 스님은 불교 타운을 구상하게 된 계기를 현재 한국 불교가 마주치고 있는 위기와 관련해 풀어 나갔다. 불교계 일각에서 간화선을 비롯한 수행을 재가자들에게도 가르치는 등 여러 가지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작금의 불교가 마주친 문제를 풀어나가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왜 불교가 위기라고 보는가.

“한국 불교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참선 수행만 해도, 당송시대에 꽃핀 수행법으로 현대에 검증된 것은 아니다. 부처님 입적 뒤 원시불교가 부파불교, 대승불교로 진화를 거듭하고 이것이 중국으로 건너가 선불교로 꽃피었다. 하지만 선불교의 수행법은 농경시대의 수행법이다. 지식 정보화·세계화 시대의 사람들에게 유효하고 설득력있는 새로운 수행법, 새로운 불교가 나오지 않는 한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럼 21세기의 불교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현대인과 현대문명이 봉착한 온갖 문제에 제대로 답변할 수 있는 불교, 시대의 흐름을 향도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교여야 한다. 물론, 이런 불교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대승불교의 문을 연 용수나 중국 선불교를 개창한 육조혜능 같은 종교적 천재가 나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설령 용수나 혜능에 못 미친다고 해도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로 가능성을 모색하고 분위기는 조성할 수 있다.”

―월정사 불교타운에서 모색하는 21세기형 새로운 불교는.

“우선은 작게 시작한다. 현재 월정사 단기출가학교에서 하는 것처럼 발우공양이나 다도, 새벽예불, 참선수행, 3000배 절수행처럼 일반인이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한계가 있지만 이것만 해도 경쟁적인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레포츠로는 불가능한 의미있는 마음의 평온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월정사 단기출가학교와 수행학림 참가자들이 느끼듯이.”

―그 뒤에는.

“이것을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갈 수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 당장 출가자 승단 중심으로 운영되는 불교가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재가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불교로 바뀌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는가. 또 2500년 전 부처님이 정하신 계율도 현대인과 현대인의 환경에 맞는 방향으로 본격 수정할 수 있을 테고, 부처님의 가르침도 그동안 인류 지성이 축적한 다양한 결과물로 새롭게 조명할 기회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참선 수행만 지나치게 우뚝한 한국 불교 풍토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불교도뿐만 아니라, 외국인 혹은 비불교도에게도 설득력을 지닌 21세기형 새로운 불교가 나와야 한다. 역사와 사회에 바르게 눈을 뜨고, 세상과 호흡하는….”

―대단한 비전이다. 오대산의 인적·물적 자원으로 그게 가능한가.

“다행히 오대산 월정사에는 엄청난 유형·무형의 자산이 있다. 자장율사에서 한암선사, 탄허선사로 이어지는 빼어난 수행 가풍과 전통, 5만 보살이 상주한다는 최고의 산세와 자연 환경, 심지어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세계에 알려진 평창 스키장까지도 우리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쉽진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비전이요, 원력이다. 제대로 된 비전만 있으면 나머지 어려움들은 어떻게든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