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종이 신문이나 책은 빠른 속도로 쇠퇴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측과 달리 신문의 독자와 영향력, 매출액에서는 그리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동안 주춤하던 신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광고 매출 또한 늘어나는 조짐도 없지 않다.

이 같은 현상은 경제적·직업적으로 성공한 고소득·고직업자 성향에서 더욱 뚜렷하다. 한국리서치의 하이엔드 인덱스에서 고소득·고직업자의 신문과 TV 등 매체 이용 특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문을 비롯한 인쇄 매체를 이용하는 비율이 일반인 전체(이하 하이엔드, 일반인 모두 30대 이상 기준) 평균보다 훨씬 높은 반면, TV를 보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일반인을 상대로 조사한 일일 신문 열독률(어제 신문을 읽은 사람의 비율)이 58%에 그치는 것에 비해 하이엔드들의 일일 신문 열독률은 87%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인의 1.5배인 셈이다.

이들 하이엔드들이 단순히 경제적,직업적으로 성공한 이들일 뿐 아니라, 이른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즉 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평가를 내린 뒤 주위에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성향을 가진 소비자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요컨대 하이엔드들의 성향을 일반인들이 따라간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격인 고직업 집단의 일일 신문 열독률은 92%에 이르렀다. 이에 반해 ‘어제 TV를 보았다’고 응답한 하이엔드는 90%로, 일반인의 91%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하이엔드들의 매체별 광고 주목도도 신문이 39%로, TV의 37%보다 앞섰다.

하이엔드들이 가정에서 신문을 정기 구독하는 비율은 75%로, 일반인(40%)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사무실에서 신문을 정기구독하는 비율은 57%로 일반인 15%의 4배가량이나 됐다. 직업적으로 성공한 고직업자의 사무실 신문 구독률은 85%로 일반인 평균의 6배에 육박했다.

이들이 주로 읽는 신문 기사내용은 1면 종합이 69.4%로 가장 많고, 경제(62.2%), 사회(56.5%), 건강·의학(50.4%), 정치(49.6%) 등의 순이었다.

가장 중요한 기사가 배치되는 1면을 제외할 경우 경제 기사를 정치와 사회 기사보다 선호하는 것이다. 건강·의학 기사가 정치면보다 더 많이 읽히는 것도 눈에 띈다. 성공한 이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보통 이상이라는 얘기다.

이 밖에 40% 이상의 선호도를 보인 기사는 사설, 부동산정보, 레저·여행정보, 칼럼 등의 순.

신문을 포함한 인쇄 매체의 여전한 약진에 대해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텔레비전이 발명돼 보급되면서 영화관이나 라디오가 급속히 쇠퇴하리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었으나 현실은 그 반대로 나타났다”며 “종이 매체인 신문 또한 인터넷이나 영상매체가 가지지 못한 장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계속하며 꾸준히 나름의 영역을 확보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