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병익(왼쪽) 전 한국문화예술위 위원장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지난달 23일 문화일보에서 대담을 갖고 노무현 정부의 공과와 차기 정부의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호웅기자

국내 문화학술계의 대표 지성인 정운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전 서울대 총장과 김병익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초대 위원장이 문화일보 창간 16주년 기념특별대담을 갖고 향후 5년간 한국의 진로와 개혁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정 전 총장은 지난달 23일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대담에서 노무현 정부의 공과와 관련, “현정부는 선거풍토를 개선하고 정치권을 맑게 한 공적이 있지만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지 못한 점과 기업인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손상시켜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저해한 점이 최대실책”이라고 말했다. 범여권의 유력대선주자로 거론됐던 정 전 총장이 지난 4월말 대선 불출마선언을 한 뒤 언론과의 심층대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전 총장은 특히 “노 당선자 시절 면담에서 ‘국내정치는 더 개혁해야 하지만 한·미관계 등 국제관계는 더 보수적으로 하시라’고 조언했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갔다”고 아쉬움을 표한 뒤 “차기 정부는 각 분야의 구조조정을 포함해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하며 차세대 성장동력을 개발해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현정부의 정책 공과에 대해 “행정수도 이전, 양극화 해소, 부동산 정책 등의 문제 제기는 좋고, 제한된 부분에서 정책을 잘 썼는지 모르지만 그 정책들의 파생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못했다”면서 “총체적으로 볼 때 마이너스적 측면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노 대통령은 참여를 얘기하면서도 일부 코드가 맞는 사람들만을 등용하는 배제정책을 쓴 게 한계”라고 지적했다.

정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은 대담에서 차기 정부의 핵심과제로 ‘3불(不)정책’(대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불가)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꼽았다. 정 전 총장은 “대학은 어떤 사람을 뽑아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자유가 있어야 발전하는데, 신입생 뽑을 때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가 안된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3불정책 재검토를 주문했다.

김 전 위원장도 “3불정책을 깨뜨리면 큰일날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한국 교육 및 사회, 경제의 전반적 업그레이드를 위해선 3불정책 폐기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평등주의적 교육정책에 대해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 돼야 하는데 현정부는 결과를 평등하게 하려 한다”면서 “모든 기업체와 정부기관도 평가를 통해 경쟁을 유도하는데 왜 중·고교와 대학에서는 경쟁을 인정하지 않는지 그런 위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