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성공 대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핵심 개념을 만들어낸 인사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성공이냐, 가족행복이냐’는 단순한 슬로건 경쟁을 넘어 양 진영이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 추구 방향이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내세운 ‘국민성공 시대’는 최근 캠프에 영입된 이우찬 홍보기획팀장 등 제일기획 출신들이 주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이 1960~1970년대 개발시대 인상을 준다는 내부 반론이 있었지만, ‘성공 신화’이미지를 가진 이 후보의 국가 운영 기조가 가장 잘 반영하고 있어 채택됐다는 후문이 있다. “자신의 위치에서 성공을 위해 노력하자는 뜻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만든 카피”라고 캠프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 후보의 ‘차별없는 성장’에 맞서는 핵심 개념인 ‘신(新)발전체제’는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인 박형준 대변인이 입안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인 박 의원은 민주화 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진 ‘87년체제’를 극복할 개념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선 선진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9일 대선 D-100일을 맞아 “산업화, 민주화의 1987년 체제를 넘어 선진국 진입을 가져올, 2008년 신발전체제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후보의 ‘가족행복’‘차별없는 성장’ 등의 캐치프레이즈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임채원 서울대 한국행정연구소 연구원 등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29일 “가족행복이라는 ‘컨셉트’는 표적집단면접법(FGI)을 통해 수차례 유권자 의식과 요구 등을 조사한 결과다.

가족이라는 컨셉트가 굉장히 호소력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임 연구원과 윤흥렬 선대위 가족행복위원회 총괄기획본부장이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임 연구원은 신자유주의식 성장론에 대한 대안으로 국가의 적극적 인적자본 투자를 담은 ‘신자유주의를 넘어 사회투자국가로’란 책을 쓰기도 했다.

정 후보가 지난 15일 후보 선출 직후 이명박 후보에 대해 ‘정글식 자본주의’라고 맹공을 퍼부으면서 ‘차별없는 성장’을 핵심 모토로 들고 나온 것은 김호기 교수가 막후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