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교통법규 위반자들에게 부과한 과태료 중 1조원이 넘는 돈을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사용하지도 않는 치안센터 경찰 조회시스템 관리를 하느라 매달 1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등 살림살이를 엉망으로 운영하고 있다. 받을 돈이 눈덩이처럼 늘어나지만 마땅히 받을 방법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썩이면서도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과태료 체납액 ‘눈덩이’=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받아내야 할 체납과태료는 2000년부터 지난해말까지 모두 1조293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체납과태료는 대부분 과속을 하다 전국 주요 도로에 설치된 무인 단속 카메라에 적발돼 부과된 벌금. 2000년 451억원이던 체납 과태료는 2001년에는 1697억원, 2002년 1867억원, 2003년 1401억원으로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2004년에는 2356억원으로 2000억원선을 훌쩍 뛰어넘더니 2005년 2729억원, 2006년 2430억원으로 매년 2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경찰이 한해 4500억~460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감안하면 매년 절반 가까운 과태료를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올해 7월말까지 체납과태료를 포함하면 1조4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은 체납차량 정보조회, 독촉전화 등 온갖 방법을 동원, 체납과태료 걷기에 나섰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년째 독촉장을 보내도 아무런 응답이 없는 경우는 대포차로 봐야 한다”며 “워낙 대포차가 활개를 치다보니 이들에 대한 체납 과태료 징수에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한편 지난 2004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교통위반으로 적발된 정부기관 차량(626건)가운데 가장 많은 213건(과태료 1259만원)이 경찰청장 명의로 등록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치안센터 조회시스템 관리하느라 ‘예산 줄줄’= 체납과태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경찰청은 사용되지도 않는 전국 일선 치안센터의 조회시스템 전산망 관리에 매달 1억원을 사용하고 있다. 경찰 조회시스템은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지, 본적, 차량등록, 수배 등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범죄 혐의자 추적에 사용된다. 지난 1년 동안 전국 1595개 치안센터 중 70%에 해당하는 1120곳(70%)은 전산망을 통한 범죄경력 등 치안업무조회 실적이 10건 미만이었다.

이 가운데 65곳은 단 한 번도 조회를 하지 않았다. 치안센터가 주로 민원인 안내 등 업무에 치중하다 보니 경찰 조회 시스템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용실태를 파악, 필요없는 곳은 회선 해지 등을 통해 예산 낭비를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