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차 회사원 A(39)씨는 문득 문득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2002년 아버지가 대장암으로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

육류 위주의 식생활이 대장암 발병의 가장 큰 이유지만 유전적인 요인도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A씨는 마흔줄에 접어들면서 대장내시경을 정기적으로 받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이달초 대항병원을 찾은 A씨는 노란 알약 2정과 물약 3통이 든 봉투를 받았다. 장을 말끔히 비우는 작업을 위해 쓰인다고 했다.

박현주 전문의는 A씨에게 “어디가 불편해서 대장내시경을 하느냐”는 등 이런저런 질문을 했고, A씨는 부친의 병력을 말하며 예방 차원에서 검사를 받으려 한다고 답했다. 의사는 “잘 생각했다. 앞으로도 3년에 한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라”고 충고했다.

검사(6일 오전 9시)를 하루 앞두고 저녁식사를 오후 6시쯤 간단히 하고, 오후 7시에 알약과 물약 한통을 냉수와 섞어 복용했다. 이후 물을 계속 마셨지만, 속에서 ‘꾸르륵’소리만 연방 날 뿐 화장실에 가라는 신호는 없었다. 오후 10시쯤 잠자리에 든 A씨는 취침 중 화장실에 두 차례 다녀온 뒤 새벽 5시에 일어나 남은 물약 두 통을 마시고, 생수를 계속 들이켰다. 이후 10여차례 화장실을 들락날락한 A씨는 아침으로 꿀물을 한 대접 마시고 대항병원을 찾았다.

곧바로 4층 내시경실로 올라간 A씨는 수면내시경을 위한 안정제를 맞았다. 물약을 한모금 마시고 5분쯤 지나자 어지럽다 싶더니 이내 기분좋게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검사 끝나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회복실에서 30여분간 휴식을 취했다. 육의곤 내시경전문의가 실제 내시경 검사와 용종 제거에 걸린 시간은 20분 남짓에 불과했다. 검사결과 상담에서 그는 “약 2㎜ 크기의 용종 하나를 제거했다. 그정도 크기면 매우 작아서 찾기 힘든데 다행히도 발견돼 곧바로 제거해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크기가 아주 큰 용종이 발견돼 용종절제술을 시행한 경우, 합병증의 가능성을 관찰하기 위해 하루 입원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간호사가 내준 우유와 빵을 천천히 먹은 A씨는 “내후년쯤 지나 내시경검사를 받으면 된다”는 의사의 말을 들으며 상쾌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이승재기자 lee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