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네이멍구 쿠부치사막의 동쪽 끝 샹사완에 피어난 풀. 그 밑을 조금만 파면 물이 스며든다. 이곳이 사막화하기 전 최근까지 사람이 살 수 있는 경작지였다는 증거다. 쿠부치사막 = 허민특파원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정치가였던 샤토브리앙이 오래전 남긴 말이다. 하나 더 붙이자면 ‘사막화 후에는 재앙이 온다.’

사막과 ‘사막화’는 좀 다르다. 사막화는 사막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1994년 유엔이 채택한 ‘사막화방지협약’에서는 사막화의 정의를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 등 요인으로 건조, 반건조, 건조반습윤지역에의 토지의 퇴화’로 규정했다.

유엔의 사막화방지협약 채택은 한 해 전 중국에서 일어난 대참사와 관련이 있다. 1993년 5월5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와 인접한 간쑤(甘肅)성의 한 도시에 갑자기 모래폭풍이 일었다. 다음날 시민들은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100여구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오열했다. 주민들은 “핵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이것이 바로 악명 높은 사천바오(沙塵暴), 즉 모래폭풍이다. 모래폭풍의 발생 원인은 사막과 사막화에 있다. 과거의 울창한 삼림이 문명의 발전과 함께 점차 줄어들면서 황무지로 변하고 급기야는 사막이 되면서 생명의 무덤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중국 모래폭풍의 주요 발생지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타클라마칸사막에서 네이멍구의 사막지대를 지나 만주지역으로 이어지는 건조지대, 장장 5000㎞터의 풍사선(風沙線)이다.

가장 우울한 전망 중 하나는 중국의 사막화가 수도 베이징(北京)을 거쳐 한반도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막화의 동진이다. 사막이 동쪽을 향해 마치 피부암처럼 번지고 있다. 현재 중국 전체의 18%가량이 이미 사막이 됐고,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을 합하면 중국 전체의 27~28%가 불모지다. 그 면적만 무려 264만㎢, 남한 면적의 27배다.

중국의 사막과 사막화는 한국에 황사라는 불청객을 선사했다.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한국으로 날아간 황사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네이멍구 지역에서 발생했다. 황사철에 한국사람들은 황사와 미세가루가 섞인 공기를 하루에 1만5000ℓ씩 마신다. 뤄하오차이(羅豪才)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을 위해서라도 사막화 방지 노력은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쿠부치사막 = 허민특파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