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버마) 당국이 26일 반정부 평화시위를 유혈 진압해 사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당국이 이날 밤새 옛 수도 양곤에 있는 사원을 급습, 승려 100여명을 체포했다고 AFP가 27일 보도했다.관련기사 28면

목격자들에 따르면 승려들을 체포하기 위한 당국의 급습작전 후 사원 유리창들이 깨져있고 바닥에는 탄피가 널려 있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당국의 이같은 급습은 국제사회가 시위대 진압 비난과 제재를 경고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특히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가장 존경받는 존재인 승려들을 정부가 무력 체포함으로써 민심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기는 지난 1988년 이후 19년만이다.

앞서 미얀마 당국은 기름값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39일째 이어진 26일 1만여명의 승려들이 이끈 수만명의 가두시위대를 향해 발포, 승려 3명을 포함해 최소 4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미얀마 당국은 최소 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반정부단체가 운영하는 ‘버마의 민주화 목소리’는 5명의 승려와 3명의 시민 등 최소 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얀마 당국은 25일 60일간의 야간통행 및 5인 이상 집회 금지령을 내렸지만 수만명의 시민들은 이를 무시하고 다음날인 26일 가두 행진을 벌였다. 미얀마 당국은 이날 양곤 시내 중심가에 소총으로 무장한 군 병력과 경찰을 투입해 발포하고 시위자들을 체포했다.

한편 유엔은 이날 군사정부의 반정부 평화시위 유혈 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한 미얀마에 특사를 파견키로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미얀마 특별자문관으로 임명한 이브라힘 감바리 전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을 미얀마에 보낼 것이라면서 미얀마 당국은 대화를 통한 국가적 화해 촉진을 지원할 감바리 특사와 전적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5일부터 승려들이 합류해 시위를 주도, 23일 승려 1만여명이 참여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이후 양곤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시민 10만여명이 가두행진에 참여하며 사상 최대규모로 발전했다.

이들은 12년째 가택연금에 처해있는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 해제를 호소하고 민주화를 요구했다. 군 당국은 승려들이 시위를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무력진압을 자제했지만 시위가 대규모로 확산되자 진압을 시도했다.

유희연기자 mari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