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최근 건설업자 김상진(42·구속중)씨와 차명전화로 수십차례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부산지검은 21일 정상곤(53)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구속된 지난 8월9일부터 김씨가 재구속(9월7일)되기 직전인 9월5일 사이에 정 전 비서관과 김씨가 모두 30여통의 휴대전화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김씨가 정 전 청장에게 뇌물을 전달하기 직전 가진 식사자리에 정 전 비서관이 동석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외부에 알려진 지난 8월27일부터 9월5일까지 10일동안 정 전 비서관과 김씨간에 무려 20여통의 전화통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간의 통화 내용중에는 “2003년 줬던 합법적인 후원금 2000만원 외에 내게 준 돈이 없다고 진술해달라”는 정 전 비서관의 요청이 포함돼있었다.

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 검사는 “이같은 정 전 비서관의 행위는 명백한 증거 인멸 시도로 향후 구속영장 재청구시 해당 내용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여·35)씨 비호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 서부지검은 이날 변 전 실장과 신씨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이 신씨 학력위조 문제 무마 대가로 올 5월 동국대 재단이사장인 영배 스님의 개인 사찰인 흥덕사에 10억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토록 행정자치부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확인하고 조만간 영배 스님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신씨가 빼돌린 성곡미술관 자금이 수억원대에 달하는 정황을 포착, 신씨를 상대로 정확한 규모와 사용처를 추궁했다.

검찰은 신씨가 몸이 좋지 않다고 호소해 8시간 가량의 조사를 마친 뒤 이날 오후 7시쯤 일단 귀가시켰으며, 추석 연휴이후 신씨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로 영장을 재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변 전 실장도 흥덕사 국고지원 외압 행사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한편 신씨 개인회생 신청 당시 체납된 세금 600만원이 누군가에 의해 대납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김명주 한나라당 의원이 이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씨의 개인회생 신청 당시 서대문 세무서에 체납된 국세 600여만원은 우선권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현재까지 개인회생 계좌에서 인출되지 않고 있었다”며 “세무서 문의 결과 누군가 이미 납부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고 밝혔다.

부산=김기현, 장석범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