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NGR 소속 프리랜서 사진가가 해외입양을 앞둔 아이들의 백일잔치에서 사진을 찍어 주고 있다. 입양아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찍은 사진을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흔적’으로 간직한 채 해외로 떠난다. NGR 제공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가능한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봉사는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남을 위해서 해주는 평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재영 NGR 회장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는 봉사가 생활화됐으면 좋겠다”고 말을 시작했다. 유 회장의 직업은 ‘프리랜서 사진가’다. 주로 아이들의 돌잔치에서 사진을 찍는다. 유씨 자원봉사 역시 사진찍기다. 해외입양아들의 백일사진을 찍어 주는 일이다. 미혼모가 낳은 아이들을 위탁해 해외 입양하는 대한사회복지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해외로 떠나는 입양아들에게 사진과 비디오를 찍어주고, 백일잔치를 해준다. NGR 멤버들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백일 상을 차리고, 풍선 장식도 한다. 아주 고급스럽진 않지만 웬만한 백일상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입양되는 아이들은 백일 전후로 거의 또래가 비슷하다. 두세 달에 한번씩 10~15명 정도의 아이들의 백일잔치를 해준다.

그는 해외로 입양돼 가는 아이들이 커서 백일 사진을 들고 한국으로 찾아오길 바라며 사진을 찍는다. 그 사진으로 부모를 찾고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기억을 가지게 될 것으로 믿는다.

“아이들은 의사표시를 못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안 됩니다. 하지만 표정으로 서로 교감을 하지요. 너무 맑은 표정에 절로 웃음과 눈물이 함께 나오는 때가 많아요.”

남영우씨도 유 회장과 같은 프린랜서 사진가다. 그도 유 회장과 함께 입양아들의 백일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부모가 그립고 조국이 그리운 입양아들이 사진을 보면서 뭔가를 느끼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조국에 대한 기억도 없는데 사진조차 없으면 자신의 존재와 한국에 대한 기억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요즘 백일사진, 돌 사진은 누구나 찍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어쩔 수 없는 어려움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그들의 사진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지요. 그들을 사랑하고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백현희씨는 백일잔치나 돌잔치를 하는 연회업체를 가지고 있다.

백씨가 하는 봉사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음식을 먹지는 못하지만 내 아이 백일상을 차리 듯 정성껏 음식을 만든다. 그리고 남부럽지 않은 백일상을 꾸민다.

“이 모임에서 처음부터 활동하지 않았지만 같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너무 많아요. 회원 대부분이 비슷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뜻에 공감하고 쉽게 일을 할 수 있어 좋아요.”

그들이 해외 입양아들의 백일잔치를 열어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큰 계기나 의미를 갖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처음 모임은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시작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찾자는 것에 공감했다. 이를 실천에 옮긴 것이 해외 입양아들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것이었다.

유 회장은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은 해외 입양아가 그들의 주체적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다른 나라로 떠나가는 것을 보고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벌써 입양아들을 위해 일을 한 지 만5년이 다 돼 간다.

그동안 200명이 넘는 입양아들의 백일 잔치를 열어주고 사진을 찍어 줬다. 멀지 않아 해외로 떠날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슴속 깊이 담으면서….

그들은 순수한 뜻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모임의 원칙이 봉사활동을 통해 개인의 이익이나 홍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언론과의 접촉도 정중히 사양해 왔다. 남씨는 봉사활동초기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봉사활동 초기인 지난 2003년쯤으로 기억되는 데 순수한 뜻으로 봉사를 하겠다고 찾아갔더니 색안경을 끼고 보더라고요. 돈을 써가면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이런 의심을 받아가면서 봉사활동을 할 수는 없어 그만 둔 적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봉사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등록하면 언제든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단다. 그러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신선종기자 hanuli@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대한사회복지회 소속 위탁모들이 해외로 입양될 아이들을 안고 백일잔치 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사회복지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