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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지난 7월말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중심지 굴샨1에 위치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사무소를 찾았다.

3층 옥상에서 서류작업을 하고 있던 아이눈 니샤트 박사는 유창한 영어로 기자에게 “아직 일이 덜 끝났는데 잠깐만 기다려줄 수 있느냐”며 양해를 구했다. 니샤트 박사는 방글라데시 공학·기술대 교수 출신으로, IUCN 방글라데시 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환경전문가다.

니샤트 박사는 방글라데시 기후변화 피해 상황에 대해 “위기에 처해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며 음울한 전망을 내놨다. 니샤트 박사가 판단하기에는 현재 기후변화는 이제 막 시작단계라는 것. 즉, 100년간 일어날 변화 중 겨우 10년이 지나갔기 때문에 더욱 나쁜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니샤트 박사는 “기온이 섭씨 2도만 올라도 엄청난 차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니샤트 박사는 이어 “이미 변화가 시작됐고, 방글라데시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니샤트 박사가 꼽은 첫번째 피해는 지난해 우기인 8~9월에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았던 반면, 겨울 평균기온은 섭씨 15도 이상으로 치솟는 등 최근 2~3년간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

니샤트 박사는 “강수량이 지역마다 큰 편차를 보이면서 한쪽은 물난리, 다른 한쪽은 가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2005년 다카에 하루동안 350㎜ 강우가 쏟아져 2층에 위치한 내 사무실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바로 해수면 상승이라고 그는 역설했다.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벵골만으로 유입되는 수량이 급격히 늘어나자 해수가 내륙으로 침투해오기 시작한 것. 그는 “소금물이 올라오면서 삼모작까지 가능했던 비옥한 농토가 이제는 참새우 양식장으로 바뀌었다”면서 “사이클론이 잦아지면서 아우스, 아몬, 보로 등 3대 벼품종의 재배 기간에도 혼란이 생겼고, 2~3년 후에는 쌀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규모 기아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한숨을 쉬었다.그는 최대 피해 지역으로는 남부 볼라섬과 순다르반스 지역을 꼽았다. 그는 특히 “멸종 직전의 ‘벵골 호랑이’ 서식지이자, 해일을 막아주는 ‘망그로브’ 숲이 위치한 순다르반스가 사라질 경우 방글라데시 남부는 완전히 초토화될 것”이라면서 전세계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다카 =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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