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4일 취재제한 조치의 근거 조항으로 비판받아 온 ‘취재지원 기준안’(총리 훈령) 최종안을 발표했다. 또 통합브리핑룸 공사를 오는 20일까지 끝내고 기자실 이전 등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전면 시행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기자협회 취재환경개선특위가 “이번 최종안은 취재자유의 본질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기만적인 훈령”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서는 등 앞으로 언론과 정부간 충돌 양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훈령 최종안 = 한덕수 총리와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이날 간담회와 브리핑을 통해 총리훈령 최종안을 발표했다. 김 홍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언론, 시민단체, 정치권의 의견을 전면 수용해 총리훈령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종안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정책홍보관실 사전 협의를 통한 취재(11조) ▲공무원 면담 장소 제한(12조) 조항을 전면 삭제했다. 또 엠바고(보도유예) 파기시 제재 조항과 출입기자 일괄 등록제도도 폐지토록 했다. 김 홍보처장은 “기사송고석이 부족하다는 정치권과 언론단체의 요구를 반영해 100석 규모의 공동송고시설을 별도로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20일 기자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취재선진화 방안이 시행될 것”이라며 “더이상 (언론단체 등과의) 협의는 적절치 않다”고 못 박았다.

◆취재접근권 보장 미흡, 껍데기만 남은 총리훈령 = 기자협회 취재환경개선특위와 외교부 출입기자단은 이날 발표된 총리훈령을 “취재접근권 보장의 본질을 호도한 기만적 최종안”으로 규정,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오는 20일 이후 기자실을 옮겨가야 할 상황이 벌어질 경우 각 중앙부처 출입기자단 등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의 일방적인 여론 수렴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홍보처가 사실상 대통합민주신당과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주장과 의견만을 수렴해 최종안을 도출했다는 지적이다. 기자협회 취재환경개선특위 등의 요구는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상범 특위위원장은 이와관련, “홍보처는 공무원 취재시 공보관실을 경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의 명문화 요구, 취재에 응하지 않는 공무원에 대한 처벌조항 요구를 거부했다”면서 “기획예산처 등 독립청사에 기사송고실을 존치해 달라는 요구도 수용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정부가 총리훈령을 수정함으로써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은 취재선진화 방안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홍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총리훈령으로 취재 관행은 현재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기자협회는 오는 17일 장외 집회를 열 방침임을 밝혔다. 또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이날 전체회의를 소집, 다른 부처 출입기자단과 연대해 취재선진화방안 반대투쟁을 지속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박수균기자 freewi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