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김상진(42)씨 비호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이정호(현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설립한 법무법인 ‘부산’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정재성 변호사가 만나 정 전 비서관의 검찰소환과 사법처리에 대비한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정 전 비서관과 이 전 수석, 정 변호사 등 3명이 12일 밤 10시30분쯤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지방국세청 앞 모 카페에서 만났다고 KBS가 13일 오전 보도했다.

KBS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 모임에서 정 전 비서관은 “(수사가 미진하면) 요즘은 특검으로 가니까 (검찰이 수사를) 엄청 열심히 한다. 안되면 안되는 것까지 다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수석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그게 (법원에서) 다 발부되는 거 아니다”고 답했다.

또 정 전 비서관은 “나는 그렇다. 잘만 버티면 내 (정치적)홍보효과가 몇억짜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화내용으로 볼 때 정 전 비서관은 특검으로 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으며 여전히 현재 검찰수사상황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카페는 정 변호사와 이 전 수석의 집 인근이고 검찰 소환상황에 대비한 세부적인 얘기를 상당히 많이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 이 전 수석과 친한 사이로 법무법인 ‘부산’의 대표 변호사이며 이 법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운영하던 합동법률사무소가 법인화한 것으로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003년 3월까지 대표를 맡았다.

문화일보는 자세한 모임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이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에게 집과 휴대전화 등으로 연락했으나 이 전 수석은 집에 있으면서 전화를 받지 않았고 정 전 비서관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전 수석은 정 전 비서관 등과 함께 지난 2002년쯤 결성된 부산지역 정·관계, 학계 등 ‘386 파워엘리트’모임인 ‘비전과 연대 21’의 회원이다.

부산지검은 현재 이 모임에 유일한 기업인으로 참여한 김씨 형(44)이 정 전 비서관 등에 대해 로비를 벌였는지를 밝히기 위해 이 모임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며 이번 대책회의와 관련,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이 전 수석에 대해서도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정 전 비서관 등 김씨 주변인물에 대한 검찰의 금융기관 대출 외압과 금품수수 여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돼 단서가 일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검은 정 전 비서관과 가족, 친인척, 주변인물 등 10여명의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계좌추적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검찰은 중간수사결과를 14일 오전 발표할 예정이서 상당부분 단서를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대규모 인원을 투입해 모든 의혹에 대한 수사를 차분하고 정밀하고 수사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해 어느 정도 단서를 포착했음을 시사했다.

한편 김씨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리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부산 연산동 재개발 사업과 민락동 놀이시설 부지 개발사업을 포기할 뜻을 밝혀 이 두개 사업의 개발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도 상당히 지연되거나 좌초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수사가 미진하면) 요즘은 특검으로 가니까 (검찰이 수사를) 엄청 열심히 한다. 안되면 안되는 것까지 다한다.

이정호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그게 (법원에서) 다 발부되는 거는 아니다.

정 전 비서관:나는 그렇다. 잘만 버티면 내 (정치적) 홍보효과가 몇 억짜리냐 이거야. 요즘에는 끝까지 버텨서….

이에 대해 이 전 수석은 “정 전 비서관을 잘 아는 사이여서 위로하기 위한 자리이지 ‘대책회의 운운’은 말도 안된다”며 “술자리에서 가볍게 나눈 대화여서 기억이 안나는 부분도 있지만 방송사에 나온 취지대로 얘기한 것은 아닌데 특검, 구속홍보효과 운운으로 몰아간 것은 완전히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 김기현·조성진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