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에 주연배우와의 인터뷰 만으로 이렇게 기대되는 영화는 처음이다.

곽경택 감독의 새 영화 ‘사랑’(20일 개봉)에서 첫 사랑에 목숨 거는 남자를 연기한 주진모(33)는 촬영을 마치고도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욕심도 많이 생기고, 의욕도 많이 생겨요. 그만큼 열의를 갖고 찍었고, 많은 사람들이 보게하고 싶고, 또 인정받고 싶은 작품이에요.”

그는 자신의 첫 단독 주연작인 ‘사랑’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제게 특별한 작품이에요. 지금까지 저는 ‘상대 여배우를 띄워주는 배우’ 정도로 평가됐지만 ‘사랑’을 통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저로 인해 만들어진 영화이니 만큼 책임감을 갖고 제 안에 있는 모든 감정을 다 발산했어요. 포스터 사진을 저 혼자 찍은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액자로 만들어 침대 위에 걸어놓았어요(웃음).”

‘사랑’은 ‘친구’ ‘똥개’ ‘태풍’ 등을 통해 남자들의 세계를 진하게 펼쳐보였던 곽 감독의 스타일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멜로영화로 한 남자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하는 지독한 사랑을 그렸다. 주진모는 이 영화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첫 사랑 미주(박시연)를 가슴에 묻고 사는 남자 인호 역을 맡았다. 인호는 충성을 맹세한 보스(주현)의 여자가 돼 다시 나타난 미주를 앞에서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사랑에 갈등한다.

“남자배우라면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예요. 여자를 위해 희생하고, 인생을 올인하는 역할이죠. 누구나 첫 사랑의 애틋함과 설렘을 간직하고 살잖아요. 인호는 외적으로는 거칠지만 내면은 순수한 남자예요. 여성 관객들이 보면 ‘이런 사람과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거예요.”

‘사랑’의 시나리오를 읽고 이틀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는 그는 당시 상황이 떠오르는듯 인터뷰 내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제 의상, 연기 상황들을 떠올렸어요. 이미 영화를 찍고 있는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는 주루룩 눈물을 흘렸죠. 이 영화는 꼭 제가 하고 싶었는데 처음에는 다른 배우가 거론돼서 불안했어요.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제가 캐스팅됐고, 그 때 ‘배우하길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곽 감독님하고는 처음이지만 호흡이 잘 맞았고, 후반 작업 때 보면서도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겠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매번 작품을 통해 자신 만의 색깔을 더욱 짙게 만드는 배우 주진모가 꿈꾸는 연기자상은 어떤 걸까.

“경험이 쌓이면서 엷게 흩어져 있던 제 장점들이 점점 모아졌으면 해요. 한 이미지에 매여 있는 배우는 싫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새로운 걸 추구해야죠. 오래가는 건전지처럼 관객들이 끊임없이 기대하고, 찾아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배우의 멋이죠.”

김구철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