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은 독서하며 재충전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 실제로 여름 휴가철 도서 판매량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을 능가한다. 독서의 내용도 여름하면 떠올렸던 추리물이나 공포물, 팬터지 문학 등과는 거리가 있다. 무더위 때문에 집중력과 끈기가 약해져 가벼운 책을 읽는다는 건 선입견일 뿐, 오히려 자기계발서나 긴 장편 소설, 무게있는 고전을 읽는 때가 바로 여름 휴가다. 전국 유명 서점들의 실제 베스트 셀러 통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교보문고나 예스24, 알라딘 등의 휴가철 베스트 셀러 목록에는 ‘이기는 습관’ (전옥표 지음, 쌤앤파커스), ‘시크릿’(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 살림비즈), ‘경청’(조신영·박현찬 지음, 위즈덤하우스), ‘멘토’(스펜서 존슨 지음, 안진환 옮김, 비즈니스북스) 따위의 비즈니스 교양서와 자기계발서가 인기다. 휴가 기간, 지식과 마음을 살찌우려는 이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함께 베스트 셀러에 오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전미연 옮김, 열린책들)과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그리고 황석영 신작소설 ‘바리데기’(창비) 도 추리나 공포물은 아니다. 그러니, 굳이 추리나 공포 따위의 장르소설에만 빠지지 말자. 이제 여름 휴가의 마지막, 아직껏 그러지 못했다면 이번 여름이 지나기 전에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 한권을 들자. 혹 아는가, 그 책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바뀔지.

◆ 강세 더하는 비즈니스 및 자기계발서 = 7월 말 이후 각 서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은 비즈니스 교양서나 자기계발서다. 특히 지난 4월 출간된 뒤 꾸준히 베스트 셀러권에 들었던 ‘이기는 습관’은 휴가철이 본격화하면서 베스트 셀러 집계표에서 대부분 1위나 2위에 올라있다.

이 책은 애니콜, 파브, 지펠, 하우젠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신화를 이뤄낸 주역으로 평가받는 저자 전옥표씨가 오랫동안 마케팅 현장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1등 조직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20선’ 중 이 책을 머리에 올려 놓으면서 책이 날개를 달았다.

출간하자마자 베스트 셀러권에 들었던 자기계발서‘시크릿’의 강세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책은 ‘수세기 동안 단 1%만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란 부제를 달고 있지만, 내용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언가를 원하고 그것이 바람대로 되라고 믿으면 그대로 이뤄지리라는 것이다. ‘경청’은 상대방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힘은 귀 기울여 듣는 데 있다고 강조하는 자기계발서. 들을 수 없는 병에 걸린 주인공이 독선적인 행동을 뉘우치고 상대방 마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통해 경청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판매량은 이에 다소 못 미치지만, ‘생각의 탄생’(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지음, 박종성 옮김, 에코의 서재)도 좋은 책이다. 다양한 분야의 천재들이 활용한 관찰, 형상, 추상화 등 창조적 사고의 13가지 생각도구를 전해주는 ‘생각의 탄생’은 전문화와 지식파편화를 경계하면서 창조성이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책으로 통합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여름 뒷심 발휘하는 장편 소설 = 휴가철 베스트 셀러 목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이다.

‘개미’, ‘뇌’, ‘천사들의 제국’등의 베스트 셀러 작가로 잘 알려진 베르베르는 한국에서 책만 내면 베스트 셀러가 된다는 정설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있다. 책은 14만4000명의 마지막 지구인들이 우주선 ‘파피용’을 탄 채 인간에 의해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희망의 별을 찾아 나서는 것을 주제로 한 모험담이다.

‘파피용’에는 다소 밀리지만, 탈북소녀 ‘바리’의 여정을 그린 황석영 신작 소설 ‘바리데기’도 휴가를 앞둔 시점에 출간돼 많이 팔린 소설이다. 소설 속에 ‘바리데기’ 신화를 차용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한반도와 전세계에 넘치는 절망과 폭력, 전쟁과 테러의 모습을 담아낸 소설은 인종과 종교, 시간과 공간, 이승과 저승,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넘나들며 분열되고 상처받은 인간과 영혼들을 용서하고 구원하는 대서사를 펼쳐 보인다. 이제 정점에서 내려온 듯한 모습이나, ‘칼의 노래’, ‘현의 노래’를 쓴 작가 김훈의 ‘남한산성’도 여전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베스트 셀러는 아니지만, 톨스토이나 빅토르 위고, 도스토예프스키의 고전적인 장편 소설이나 ‘삼국지’,‘토지’,‘장길산’등 10여권 짜리 대하 소설이 심심찮게 팔리는 것도 여름 휴가철이다.

그간 삶에 쫓기느라 읽지 못했던 긴 소설들을 모처럼의 휴가를 틈타 읽으며, 길지 않은 여름밤을 감동으로 하얗게 지새워 보겠다는 것이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