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버지니아주 비엔나 타운의 패트릭 헨리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도서관은 다양한 여름 독서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비엔나 타운 = 최형두특파원

미국 버지니아주 비엔나 타운의 중심에 위치한 패트릭 헨리 도서관에는
여름 독서프로그램에 등록한 어린이와 10대 청소년들이 쉼 없이 드나든다. 이 마을의 페어팩스 공립도서관에서 여름방학 기간 중에 일정량 이상 책을 읽은 아이들에게 동네의 식당·서점·피자집·스포츠 용품점 등에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쿠폰북을 주기 때문이다.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는 15권, 7학년부터 12학년 (한국의 중고생)은 8권이다. 카운티의 전체 공립 도서관 디렉터인 에드위 클레이씨는 “여러 연구에 따르면 여름방학 때 도서관을 방문한 횟수가 많을수록, 책을 많이 읽을수록, 독서에 쏟은 시간이 많을수록 가을 개학 이후 학업성취도가 높아진다”며 “어린이들과 10대들이 긴 여름방학 동안 왕성한 지적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소개한다.


◆ 마을에서 가장 예쁜 건물

= 페어팩스 주민들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지난 5월부터 오는 9월까지 함께 읽고 있는 책은 미국 초대 대통령 전기인 ‘조지 워싱턴’이다. ‘한권의 책, 하나의 공동체’라고 이름 붙여진 이 프로젝트는 2004년 처음 시작됐다. 첫번째 선정됐던 책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였다.

노인들에게도 도서관은 책을 읽고 토론하며 여행모임 등도 함께 갖는 장소다. 패트릭 헨리 도서관뿐 아니라 이 카운티의 어느 도서관에 가도 백발의 할머니들이 대출 반납 창구에서 친절하게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도서관은 미국의 어느 마을에서든 가장 예쁜 건물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없다. 카운티 의회, 카운티 청사가 어디 있는지는 몰라도 도서관 위치만큼은 누구나 안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전체 면적은 서울특별시보다 조금 넓지만 인구는 서울의 한 구보다 작은 104만명이다. 그런데도 모두 24곳의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 규모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느 곳을 가든 아늑한 분위기에서 많은 책과 CD, 비디오, 신문, 잡지를 마음대로 빌려볼 수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쾌적한 시설 때문에 도서관은 남녀노소 모든 주민에게 가장 친근한 장소다.

◆ 백악관이 독서운동 주도

= 미국의 독서권장, 도서관 지원 운동은 백악관에서부터 열심히 후원하고 있다. 바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가 사서 출신이기 때문이다.

백악관 웹사이트 퍼스트레이디 코너는 이런 말로 시작된다. “사서 출신인 부시 여사는 책을 열렬히 사랑할 뿐 아니라 독서와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인들이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을 뿐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실제 로라 부시는 2001년 백악관에 들어오자마자 의회도서관과 함께 매년 내셔널 북 페스티벌을 공동주최하고 있다. 워싱턴의 중심인 내셔널 몰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10만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해 인기 작가들의 얘기를 듣고 사인을 받기도 한다. 백악관 역시 학자, 작가, 학생을 비롯한 시민들을 초청해 마크 트웨인 같은 미국의 대표작가들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또한 유능한 사서를 많이 양성하기 위해 ‘로라 부시 21세기 사서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아니더라도 미국 곳곳의 자원봉사자들이 모든 마을의 도서관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매일, 한 어린이에게 큰 소리로 책 읽어주기

= 미국 독서운동의 정수는 미 공영방송 PBS의 “책 읽어 주는 사람이 됩시다” 캠페인이다. “아이의 부모, 형과 누나, 이웃, 사서, 자원봉사자, 유모, 기업체 최고경영자 그리고 너와 나. 미국인 어느 누구든 매일 어린이 한 명에게 책을 읽어주자”는 운동이다.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평생 행복할 것입니다.” 학생 단계의 독서교육에는 백악관이 직접 나선다. 백악관은 2002년 6월 학교 도서관 콘퍼런스(White House Conference on School Libraries)를 주최했다. 학교 도서관이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환기시키고 학교 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