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은 어려워도 졸업은 쉽다’는 얘기는 한국 대학의 경쟁력 부재를 말할 때 어김없이 회자된다. 입학은 물론 졸업제도 역시 엄격한 해외 명문대들에 견줘, 그만큼 수준 미달의 대학 졸업생이 양산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생들의 능력 수준은 결국 대학 교육의 질과 맥락이 통하고, 교육의 질은 곧 대학 경쟁력의 원천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학들은 각종 ‘졸업인증제’를 선보이고 졸업기준 및 요건을 점차 강화했다. 대학이 ‘졸업정책’을 손질하면서 우리 고등교육의 전망이 한층 더 밝아졌다.

◆‘졸업인증’ 개선 바람 = 인하대는 최근 다음학기부터 적용될 ‘인하졸업인증제’ 개선안을 내놨다. 학교에서 졸업생들에게 ‘국제인재’, ‘정보인재’, ‘창의인재’, ‘봉사인재’를 입증하는 인증서를 발급해줘 학생들의 외국어 학습, 창의성 배가, 사회봉사 참여를 장려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취업률 제고도 당연한 효과다. 국제인재 인증의 경우 지금껏 졸업 필수요건이었던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어 등 제2외국어 최소 1개 이상에 대해 학교가 정한 공인인증시험 최저점 이상을 받아야 인증서를 발급해주는 것도 눈에 띈다. 컴퓨터 분야 국내외 유수 자격증 취득이나 각종 경시대회 및 공모전 입상, 자원봉사단체에서의 봉사활동 등에 따라 각각 정보, 창의, 봉사 인재 인증이 이뤄진다.

인하대 권오규 교무처장은 “진정한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제2외국어 영역도 국제인재 인증 요소로 넣었다”며 “인하대 졸업생에 대한 공신력을 제고하고 학생들을 ‘엘리트’로 유도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강대는 2007학년도부터 문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능력인증프로그램인 ‘서강6과’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문 수행 능력을 인증하는 것으로, ‘동서고전 세미나’, ‘한국 고전 및 현대문 이해’, ‘writing clinic’, ‘프레젠테이션 클리닉’, ‘실용한자’, ‘교양영어 및 고급영어’ 등 6과목을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을 불가능하게 만들 예정이다.

서강대 우재철 홍보실장은 “영어졸업인증제와 서강6과제도를 모두 통과한 졸업생이라면 취업 후 어떤 업무에서도 수행능력이 탁월할 것”이라고 취지를 전했다.

성균관대에는 ‘3품제도’가 있다. ‘인성품(봉사활동)’, ‘국제품(외국어)’, ‘정보품(컴퓨터 능력 등)’을 다 갖춰야 졸업할 수 있다는 얘기.

성균관대 이정석 교무팀장은 “올해부터는 의무적으로 외국어 강의를 듣는 것도 졸업요건에 포함됐다”며 “매년 평균 130여명의 학생들이 졸업기준에 미달돼 졸업을 포기할 정도로 엄격하다”고 전했다.

◆ 졸업요건 강화 방침 = 건국대는 올해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졸업시 이수해야 하는 외국어성적 수준을 높였다. 단과대학마다 기존보다 토익성적 100점 이상, 토플 성적 50점 이상씩을 더 높여 졸업생 실력 관리를 강화했다. 실용영어영역, 글쓰기영역의 교양과목 이수도 추가됐다.

중앙대는 단일전공자에 대해 전공심화과정제를 적용해 전공교육의 강화를 꾀하고 있다. 또 영어, 컴퓨터 능력 관련 졸업인증 기준을 제시, 대학의 경쟁력 및 학생들의 취업역량 향상을 도모했다.

한편 경희대는 내년 하반기부터 미취업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영어권 어학연수를 지원하는 새로운 ‘애프터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한다. 경희대 국제교류처 관계자는 “대졸자 실업률이 높은 현실에서 졸업생들의 사후관리도 대학의 과제”라며 “졸업생 능력향상을 위해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 자매대학의 검증된 기관에서 어학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