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佛·英 등 선진국도 80년대부터 규제 폐지

선진국들은 수도권 규제를 통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오히려 국가경쟁력만 약화시켰다는 판단 아래 이미 수도권 정책의 방향을 틀었다. 수도권 억제를 골자로 하는 법규를 만들어 시행했던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은 모두 1980년대부터 이미 각종 규제 수단을 폐지하고 있다.

일본은 1956년 수도권정비법, 1958년 수도권기본계획, 1959년 수도권 기존 시가지 공업제한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제정해 도쿄(東京)특별구 등 일부지역을 공업제한구역으로 설정하는 등 중심부 성장 억제와 외곽지역 성장 촉진 정책을 폈다. 1972년 공업재배치촉진법은 수도권 내 기존 시가지를 이전 촉진지역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일본은 1985년부터 인위적 규제 정책이 도쿄의 경쟁력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고, 1996년부터 수도권을 ‘태평양 도시벨트’로 연계하는 구상 아래 국가핵심 지역으로 육성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체제가 들어선 뒤인 2002년에는 대도시권 규제를 모두 폐지했다.

이 같은 정책 전환 이후 일본의 국가경쟁력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 기준으로 2002년 30위에서 지난해 17위로 올라갔다.

프랑스도 1950년대부터 파리 수도권 성장을 억제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1955년 파리지역 기업 신설 및 증설 허가제를 도입했고, 1960년 과밀부담금제, 1964년 8개 균형도시 설정, 1972년 사무실 점용 허가제 등이 이어졌다. 제한밀도 초과세, 용적률 초과 부담금제 등도 실시했다. 20여년간 국가기관에 대한 지방이전 정책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1980년대 초부터 유럽통합에 대비해 정책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무실, 공장 등에 대한 허가제를 1985년에 파리 중심부를 제외하고 모두 폐지했다. 2003년부터 용적률 초과 부담금과 제한밀도 초과세도 폐지됐다. 고용거점 마련 등에 중점을 두고 대도시권 발전전략을 펴나가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1945년 산업분산법을 제정, 공장 개설 허가제를 도입해 런던 시내에 일정규모 이상 공장 신·증축 시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1965년에는 사무실고용허가법에 따라 사무실 개설 허가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정책은 런던의 외국기업 유치를 저해하고 금융중심지로서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여기에 1976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사태까지 겪고 나자 영국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폐지하기 시작했다.

1979년 사무실 허가제 폐지에 이어 1982년에는 공장 개설 허가제를 폐지했다. 이후에는 런던 집중에 대해 규제수단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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