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가 25~27일로 예고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부분파업을 전격 철회, 금속노조의 ‘위상’추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 사상 초유의 산별노조 파업이 무산됐지만 산업계 전반에 걸쳐 산별노조가 갖는 파괴력에 대한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산별노조로 전환한 금속노조의 경우 전국에 16개 지부 15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노조는 24일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파업강행 지침에도 불구, 노조 간부만 파업에 참여하겠다고 결정했다. 금속노조의 주력 세력인 현대차노조가 ‘대의원회의에서 결정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금속노조 규약을 위배하면서 파업거부에 나섰다.

현대차노조가 파업 계획을 철회한 것은 내부 반발과 정부, 회사,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빗발치는 ‘파업 철회’ 압박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장 조합원의 불신과 정치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을 수용한 셈이다.

금속노조의 이번 파업 결정의 주요인인 FTA 비준 반대는 노사문제와 관계 없는 정치적 사안이다. 또 파업을 결정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조합원들이 파업 재고와 자제를 촉구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

현대차노조의 부분파업 철회로 올해 출범한 거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첫 정치파업 명분이 크게 훼손됐다. 특히 금속노조에는 ‘강성 노조’의 대명사였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총파업 투쟁 계획에 타격을 준 것이 더 아픈 대목이다.

현대차 지부의 결정은 금속노조의 향후 위상 정립과 국내 노동운동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조합원 찬반투표 없이 ‘총파업 강행’이라는 무리수를 둔 강경파에 대한 책임론과 정치파업에 대한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금속노조의 지도력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만큼 향후 사용자측과 산별교섭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완성차 4사 사용자들은 금속노조가 요구하는 산별교섭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계에서는 그동안의 각 사업장 파업 관행이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노조 지도부가 ‘파업’깃발을 들면 현장 노조원들은 관행적으로 파업에 참여했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현대차 노조원들의 이번 파업 철회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그러나 금속노조 집행부는 파업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불법 정치파업대한 정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이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파업철회는 이제 노동운동도 변화하지 않으면 설 땅을 점차 잃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