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설립 이후 처음으로 부분파업을 철회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위로부터가 아닌 밑으로부터의 ‘혁명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더 이상 고객과 여론, 지역주민 등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파업을 강행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경제계 일각에서는 모든 파업을 철회하지 않고 부분 파업만을 철회한 것은 ‘이중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 ‘밑으로부터의 혁명’ = 현대자동차가 부분 파업이든 전체 파업이든 파업을 철회하기로 한 것은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일부에서 ‘밑으로부터의 혁명’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파업철회 결정이 내려진 것이 위(집행부)로부터의 의지가 아니고 밑(현장 조합원)으로부터의 강력한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한 강력한 개혁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 노조 인터넷 홈페이지, 대자보, 성명 등으로 이어지는 현장 근로자들의 정치파업에 대한 반발 움직임은 현대차 노조뿐만 아니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집행부까지 당황하게 만들 정도였다.

현장의 ‘민심(民心)’을 제대로 읽지 못한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24일 오후에도 파업 강행 의지를 재확인하려고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가 조합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자 부분파업 철회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회주의적 태도”라는 비판도 = 그러나 현대차 노조의 부분 파업 철회 결정에 대해 “여론의 압박을 모면하기 위한 이중적인 행동”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파업을 철회하려면 부분 파업뿐만 아니라 전체 파업까지 한꺼번에 철회했어야 했는데, ‘부분 파업 철회, 전체 파업 강행’이라는 어정쩡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차 노조 간부 출신들이 대부분인 금속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상부인 금속노조의 뜻을 완전히 꺾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조의 부분파업 철회로 현대차 등 완성차 4사 노조 등의 가입으로 영향력을 확대한 여세를 몰아 정치파업을 강행하려던 금속노조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도 전체 파업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문제 해결’이라는 이름의 조합원은 “(노조) 집행부가 이번 파업의 부분 철회를 결정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해마다 되풀이되는 파업에 국민들이 진저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번 파업은 근본적으로 불법적인 정치파업인 만큼 부분 철회가 아닌 전체 파업 철회만이 국민적인 반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