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1위 질주,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친노(親盧)그룹의 급부상,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고전…. 21일 발표된 문화일보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정기여론조사의 결과다. 지난 3월19일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 이후 범여권 대권경쟁 구도에 격랑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 요인은 무엇일까. 진보층과 호남지역 민심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노와 진보의 결합(?) = 지난 4월26일, 5월16일, 6월20일 등 3차례에 걸친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결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진보그룹의 추락과 친노그룹의 약진이다.

4월 조사에서 강금실 전 법무장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천정배 의원 등 진보그룹은 총 15.0%의 지지를 얻었다. 5월 조사에선 12.9%, 6월에는 1.7%를 얻었다. 출마 가능성이 희박해진 강 전 장관과 박 이사를 6월 조사에서부터 제외한 데다, 지난 12일 김 전 의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진보그룹 지지도가 빠지는 만큼 친노그룹(이·한 전 총리, 유시민·김혁규 의원, 김두관 전 최고위원) 지지도가 올라갔다는 점이다. 4월에서 5월로 넘어갈 때 진보그룹 지지도가 2.1% 포인트 하락하자 친노그룹 지지도는 3.2% 포인트(12.4% → 15.6%) 올라갔다. 5월에서 6월 사이 진보그룹 지지도가 11.2% 포인트 급락하자, 친노그룹 지지도는 11.5%포인트(15.6% → 27.1%) 급등했다. 같은 기간 동안 중도그룹은 4월(손 전 지사, 정 전 의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31.6%, 5월(손 전 지사, 정 전 의장) 28.2%, 6월(손 전 지사, 정 전 의장, 추미애 전 의원) 33.4% 등의 지지를 얻어, 의미있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같은 결과는 강금실·김근태 등 진보그룹 대선주자로 분류됐던 인사들에게 가 있던 지지가 이해찬·한명숙 등 친노주자들 쪽으로 흡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향후 범여권 대권경쟁이 ‘중도그룹 대 친노그룹’ 양상으로 펼쳐질 경우, 양측이 피말리는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호남표심 급변 = 전북 출신 정 전 의장의 절대우세 지역으로 여겨졌던 호남의 표심이 급변하고 있는 것도 범여권 대권경쟁을 변화무쌍하게 만들고 있다. 4~6월 조사에서 이 지역의 정 전 의장 지지도는 31.3% → 17.5% → 14.7%로 급락했다. 반면 손 전 지사는 12.5% → 13.5% → 28.9%로 급등했고, 이 전 총리(3.7% → 2.2% → 9.3%)와 한 전 총리(7.2% → 9.4% → 11.8%)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