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성 생활이 삶의 활력과 만족도를 높인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섹스는 육체와 정신 건강은 물론, 장수에도 좋다. 마이클 로이젠과 메멧 오즈가 쓴 ‘내몸 사용설명서’(유태우 옮김, 김영사)에 따르면 만족스러운 섹스를 자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장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한다.

성 생활에는 정년이 없다. 특히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발기 보조제가 나온 뒤 사실상 노인들의 성 혁명이 시작됐다는 말도 많다. 서울 중구 명동 멘파워비뇨기과 곽태일 원장에 따르면 성생활 상담을 위해 병원을 찾는 60대 이상 노인들의 수가 5~6년 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고령화 시대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감춰왔던 노인들의 성 표현이 보다 적극적이면서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 관련 정보가 일반화했기 때문인지,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호르몬 보충제나 발기 보조제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성을 남성이 갖춰야 하는 능력으로 평가하며 지나치게 물질과 육체에 집착하는 한국인 특유의 시각 때문에 문제도 적지 않다.

비뇨기과 전문의 김경희(동부시립병원) 박사에 따르면 노인이건 젊은이건 가릴 것 없이 성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의 교류다. 특히 남성의 경우 삽입 섹스를 중시하지만 노인의 성에서 이보다 중요한 것은 친밀감으로 표현되는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삽입보다 상대방의 손을 잡거나 사랑스럽게 안아주며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더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여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만족스러운 섹스를 위해서는 우선 성인병을 다스려야 한다. 성 기관은 심혈관 기관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성행위에서 심장과 혈관의 건강은 중요하다. 당뇨와 고혈압 등을 방치한 채 제대로 된 성행위는 불가능하다. 지나친 비만도 곤란하다. 성 전문가들은 지방 세포도 간이나 심장과 같은 하나의 기관과 같은 기능을 하며, 성적인 능력을 억제하는 시그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살이 찌면 찌는 만큼 성적인 능력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운동도 중요하다. 체력이야말로 섹스의 기본 능력이기 때문이다. 간혹 비아그라를 잘못 먹었다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오나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비아그라에 의존해 체력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격렬한 운동인 섹스를 하다 사망했다는 표현이 맞다. 게다가 운동을 한다는 게 생에 대한 애착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신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말도 된다. 하지만 흔히 시중에서 유통되는 정력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에 따라 견해가 갈린다. 대체로 민간요법의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여겨지나 한방 요법은 긍정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등의 발기보조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긍정적이다. 성 의학자에 따라서는 노인도 성 생활을 할 수 있게 한 발기 보조제야 말로 21세기 최대의 발명품이라고 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곽 원장은 “성은 인간의 정신과 육체의 건강, 그리고 좋은 부부관계가 조화를 이뤄야 가능한 것으로 정신과 육체 건강은 물론, 부부 관계 건강의 척도로 봐도 무리가 없다”며 “성인병을 제대로 다스리고 운동으로 체력만 관리한다면 대개의 노인들은 사망하기 3~4년 전까지는 무리없이 성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