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부모님들을 서울 근교의 실버주택으로 모셨습니다. 항상 멀리 계시는 부모님을 잘 모시지 못해 마음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이제 자주 찾아뵐 수 있어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모 대기업 임원인 정모(49)씨는 경남 마산시에 사시던 부모님을 서울 근교의 한 실버주택으로 모셨다. 고향인 마산까지 자주 내려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집으로 모시자니 직장일을 하는 부인이 부담스러워했다. 부모님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루종일 아무도 없는 빈 아파트에 갇혀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은 절충안이 바로 실버주택이다. 부모님이 실버주택에 입주한 지 3개월. 정씨는 부모님을 자주 찾아뵐 수 있어 마음이 놓이고 부모님은 식사, 여가생활, 의료 등 다양한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 부모님이 비교적 만족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씨는 자신도 노년에 실버주택에 살 계획을 세우고 있다.

◆ 도시근교 실버주택 많아 = 우리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실버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2005년 말 현재 432만4588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8.9%다.

고령자 인구가 늘면서 고령자들의 주거문화도 관심을 끌고 있다. 고령자들의 주거 문화 중 대표적인 것이 실버주택이다.

실버주택은 과거에는 수도권 외곽이나 강원도 일대의 쾌적한 자연환경을 갖춘 전원형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엔 서울 도심 실버주택이 각광 받고 있다.

가족들의 방문이 쉬운데다 여가·문화·의료시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해 자식 눈치보지 않고 친구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것도 도심형 실버주택의 인기 비결이다.

도심형 실버주택은 단독주택이나 빌라가 아닌 아파트나 오피스텔처럼 고층으로 지어진다. 대형화 고급화 추세로 다양한 부대시설과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늘고 있다.

단지 내에 실내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찜질방, 골프연습장, 물리치료실, 영화관 등은 기본으로 갖춰져 있다. 대학병원과 연계한 전문 의료업체가 24시간 상주하며 건강은 물론 식사제공, 문화·여가·생활편의 서비스까지 챙긴다.

가구별 평형은 20~50평형대 등으로 다양하다. 전용률은 50~60%선. 안전사고에 대비해 가구 곳곳에 안전바가 설치되고 문턱도 없앴다.

단지 내에 가족, 친구 등 입주자를 찾아오는 손님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대형스크린 등이 갖춰져 있어 방문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서울 도심 실버주택의 평균 분양가는 평당 1000만~2000만원선. 1인당 관리비는 식비를 포함해 100만~200만원 정도다.

전원형과 도심형 실버주택 중 입주자의 기호에 맞는 단지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 노블카운티를 운영하는 삼성생명 관계자는 “도심의 복잡함이 싫고 전원생활이 그립다면 번거롭더라도 전원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즐기고 가족들과 자주 만나고 싶다면 도심형 실버주택을 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 지자체도 실버타운 유치 =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은퇴자인 고령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퇴자를 위한 전원실버마을을 조성해 여윳돈이 많은 도시지역 은퇴자를 유치하려는 것이다. 각 지자체들은 기반시설과 편의시설 공사 지원은 물론 각종 금융지원 약속까지 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 조성되고 있는 전원마을만 41개 시·군, 55개 지구에 이른다.

수도권에서는 인천 강화군이 2010년까지 군내 5만여 평 용지에 노인종합복지관, 노인요양시설, 전문요양시설, 노인주택, 노인전문병원 등을 갖춘 ‘실버빌리지’를 건립해 은퇴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강화군은 우선 1단계 시범사업으로 노인마을에 독거노인과 노인부부 200가구 정도가 생활할 수 있는 8~12평 규모의 노인주택과 의료, 여가시설 등을 건설한다. 이 중 노인주택은 강화군 강화읍 용정리 일대 990여 평에 민자 100억원을 유치해 2008년 3월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경남 의령군은 2009년까지 화정면 지곡마을과 정곡면 백곡마을 일대 1만7000여 평에 전원주택 60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도시지역 고령자를 위해서다. 은퇴자들의 편의를 위해 피트니스센터, 실내골프장, 휴게실 등이 들어선다.

경북지역에서는 성주군 벽진면 매수리 일대 2만평에 사업비 55억원을 들여 50가구 규모의 은퇴자마을 조성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광주는 2009년까지 사업비 848억원을 들여 12만4000평에 노인들을 위한 전국 최초의 노인종합공원인 ‘빛고을 실버타운’을 조성한다.

부산도 부산도시공사를 통해 서구 서대신동 꽃마을 일대 1만평에 15~23평 규모 방 300실과 스포츠센터, 산책로 등을 갖춘 도심형 실버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신선종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