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년차인 신인 소설가 백영옥(33)씨가 계간 ‘문학동네’ 봄호에 발표한 단편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가 화제가 되고 있다. 매사에 정치 탓을 하는 우리 사회의 관습화한 언어 습관을 비틀면서 당대의 풍경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허구한 날 섹스 기사를 써대야 하는 삼류잡지 기자인 ‘나’. 음식점을 하는 그의 부모와 그들에게 기대어 사는 백수건달 삼촌은 모든 일이 안 풀리면 “노무현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성변비에 시달려 온 아빠 김호봉씨는 어느날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요즘 가슴이 아프다”고 중얼거린다. 자신이 남성으로서는 희귀한 유방암에 걸린 것을 몰랐던 호봉씨는 다음과 같은 한마디를 가족들에게 남기고 가출해버린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

엄마 김영자씨는 아빠의 가출 이후 돈을 세다가 틀려도, 여고생인 나의 동생이 특차 원서 낼 때 필요하다고 타낸 돈으로 쌍꺼풀 수술을 하고 나타나도 화를 내지 않았다. 늘 못마땅하게 여기던 나의 삼촌에게도 대놓고 욕을 하진 않았다. 대신 이렇게 외친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 삼촌 김달봉씨는 도박중독증 환자다. 로또에 당첨됐지만 상가 분양과 부동산 사기에 걸려서 이내 돈을 탕진한 그는 아버지 산소에 가서 울면서 말한다. “아부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잖유.”

계간 ‘문학동네’ 관계자는 “이 소설은 작가가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우리 시대의 한 풍경을 해학적으로 드러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