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현종(오른쪽) 통상교섭본부장과 캐런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통상장관급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결단의 순간만이 남았다.’

한국과 미국이 막판 ‘스퍼트라인’에 섰다. 지난 1년여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 ’마지막 담판’에 들어갔다. 이젠 마지막빅딜, 결단의 순간만이 남았을 뿐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협상타결쪽으로 흐른다. 협상시한인 오는 30일까지 5일간 막판 힘겨루기가 숨가쁘게 진행되겠지만 양측의 타결의지가 워낙 강해 협정의 수준이 문제일 뿐 타결 그 자체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다만 농산물과 자동차 등 이른바 ‘딜 브레이커’(Deal breaker · 협상 결렬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섣부른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농산물과 자동차가 협상의 성패 좌우 = 이번 고위급 협상의 메인 이벤트는 농산물과 자동차다. 이 두 분야의 협상결과에 따라 협정의 수준이 높은 수준이 될지 중간수준이 될지 아니면 형식적으로 낮은 수준에 그칠지 결정된다.

농산물 분야는 일단 미국측이 막판 강공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측은 지난 22일 농산물 고위급 회담에서 처음으로 쌀을 공식의제로 설정할 것을 통보한 상태.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협상카드용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협상단 주변에선 미국 업계가 한국의 쌀 시장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단순한 엄포용이 아니라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측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쇠고기 문제로 보인다. 캐런 바티아 USTR 부대표는 “쇠고기 시장 개방여부가 미국 의원들이 이번 협정을 어떻게 보는지 가늠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름버그 통신은 25일 전한다.

◆자동차 ‘불균형 타협안’고개 = 농산물과는 반대로 자동차분야에선 한국측이 맹렬이 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나 관세즉시철폐안을 놓고 아직 진전이 없는 상태. 미국측은 완성차의 경우 ‘기타’(관세철폐일정을 정하지 않음)품목으로 분류하고 자동차부품은 관세철폐기한을 10년으로 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측은 자동차 관세 즉시철폐안을 관철하기 위해 세제개편요구안을 이미 양보안으로 제시한것으로 전해져 더 이상 내놓을 패가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만 자동차관세를 조기철폐하고 미국은 장기간에 걸쳐 나눠 철폐하는 이른바 ‘불균형 타협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FTA에선 양측이 동일품목의 관세철폐 기간을 사정에 따라 다르게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해 이같은 해법이 기술적으로는 문제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자칫 불평등 협상으로 비칠 수 있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서비스와 투자도 난제 = 서비스와 투자분야도 ‘뜨거운 감자’다. 미국측은 케이블TV프로그램 공급업체(PP)와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 현재 49%인 외국인 지분제한폭을 51%이상으로 올리고 CNN 등 보도채널의 더빙방송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투자분야에선 한국측이 급격한 자금의 해외인출시 일시 세이프가드를 인정하고 투자자와 국가가간 소송(ISD)대상에 부동산·조세정책을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측이 공세를 펴고 있는 섬유분야는 국내 섬유업체들이 경영정보를 제공하고 미국측의 현장조사권을 허용하는 대가로 미국측의 폭넓은 관세철폐와 원사기준의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의약품 분야는 한국측이 미국측의 요구대로 특허기간 연장방안을 수용했지만 미국측은 신약의 최저가 보장 요구를 여전히 접지 않고 있는 상태다.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