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 산업현장에 노사화합의 봄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위기경보가 잇따르는 와중이라 그같은 봄바람의 훈기가 더 부드럽다.

현대중공업은 3·23 창사 35주년을 하루 앞둔 22일 “노사가 기업발전의 공동주체로서 책임을 다해 다음 세대에도 희망이 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노사공동선언을 발표했다. 1995년 이후 12년간 무분규를 이어온 현대중공업 노사가 ‘상생의 메신저’ 역할을 넘어 미래세대의 희망을 말한 것이다.

지난해 포항건설노조의 83일간 파업과 본사 점거사태로 큰 상처를 입은 포스코도 이젠 ‘무파업’을 전파하는 진원지가 되고 있다. 19일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54개 협력업체 노사 관계자 2000명이 모여 ‘광양지역 산업평화 선언식’을 가졌다.

23일 경북 포항의 범포스코가족 노사 한마음 선포식도 이 철강도시의 지난해 오명을 씻어나가는 계기일 것으로 기대된다. 12개 업체가 이미 ‘무파업 영구 노사평화’를 선언할 만큼 상생 분위기가 더 부드러워지고 있다고 한다.

파업투쟁의 선봉에 서 온 자동차산업 노조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옥쇄파업’이라는 극한투쟁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조는 14일 경기 평택지역 노·사·정 간담회에 참가해 ‘노사상생의 윈·윈 관계 구축’을 다짐했다.

쌍용차 노조는 21일 “가만히 앉아서 고용안정을 외치는 전략은 변화의 시대에 도태를 가져올 뿐”임을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9일 주야 2교대 근무를 수용한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집행부는 “장기적인 고용안정은 생산물량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거들어왔던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22일 ‘지난해의 투박하고 거친 네거티브 방식’을 자성하고 올해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정책적 대안을 세련되고 설득력있게 제기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노사 상생의 여린 싹으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