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교육인적자원부가 사교육 실태조사및 대책을 발표하면서 사교육비 상승의 진원지로 특목고를 지목하자 학교 관계자 등은 “공교육 실패 원인을 엉뚱한 데 돌린다”며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교육수요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획일적인 교육이 사교육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교육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 “일관성없는 정책이 사교육 조장한다” = 교육부는 사교육비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특목고를 지목했다. 초등 6학년 학부모 30%가 자녀들의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고, 이들 중 사교육을 받는 비율이 94.2%를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자연계 과정 운영금지 준수 여부 ▲설립취지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 여부 ▲동일계열 진학 여부등을 조사한 뒤 편법으로 운영하는 곳에 대해 특목고 지정을 해지키로 했다. 이는 특목고를 일반고로 강제전환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나온 특목고 규제중 가장 강도 높은 대책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과천외고 유재희 교장은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이 자녀 공부를 많이 시키고 더 좋은 학교에 보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이를 규제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오히려 학부모나 학생들은 획일적인 공교육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아서라도 외국어고에 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유 교장은 이어 “외국어고는 교육부의 특별감사도 받고, 분기별로 시도교육청의 장학지도를 받는 등 이제는 편법운영하는 곳이 사실상 없어졌는데 왜 자꾸 옛날 이야기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투스 유성룡 입시정보 실장은 “특목고가 사교육비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특목고보다 일관성없는 교육부 정책이 사교육 조장에 더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2008학년도 대학입시도 주요대학의 경우 교육부의 의도와 달리 논술은 대폭 낮아지고, 다시 수능중심으로 대학들이 가고 있다”며 “이같이 입시정책이 오락가락 할 때마다 학부모들은 새 입시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지름길로 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교육대책 실효성있을까? =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특목고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외에도 오는 4월 EBS 영어전용채널(케이블)을 개국, 수준별 강의를 실시키로 했으며 오는 2009년까지 전국 1300개 초등학교에 영어체험센터를 구축키로 했다. 또 대학생 1만명이 저소득층 학생과외 멘토링을 실시하고 EBS교재를 무료제공하는 등 저소득 사교육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최근들어 사교육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논술과 관련, EBS 논술강의와 교사 논술연수를 확대키로 했으며 수강료 표시제·온라인 사교육업체의 학원법규제 등 학원 책임도 강화키로 했다.

이에 대해 ‘좋은교사 운동’ 김성천 정책실장은 “교육부가 사교육 경감뿐 만아니라 저소득층의 사교육 지원을 확대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학부모와 교사들의 교육시민운동단체인 ‘교육과 시민사회’ 윤지희 대표는 “대학의 서열이나 서열에 따른 사회적 대우등이 엄존하는 이상 교육부의 이러한 정책이 사교육비를 경감시킬 것이라고 믿을 국민이 몇명이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반복되는 대증요법과 같은 사교육 경감대책 이전에 교육부가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 수요 변화에 대한 정책 대응이 늦어지고 고소득층의 입시 사교육 경쟁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시인하고 “앞으로 통계청과 함께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사교육 수요및 시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대책을 낼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두현기자 ydh1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