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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경제는 외형적으로는 5% 성장했지만 국민소득은 2.3% 증가에 그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하락 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국민들이 몸으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표경기를 훨씬 밑돌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환율하락 등에 힘입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만8372달러로 ‘국민소득 2만달러’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06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0%로 지난 1월25일 발표했던 속보치와 같았다. 그러나 실질 GNI는 675조원(2005년) → 691조원(2006년)으로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실질GNI가 경제성장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경제가 성장한 만큼 국민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지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실질GNI 성장률은 2005년(0.7%)보다는 늘어난 것이지만 여전히 실질GDP 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처럼 실질GNI가 실질GDP 성장률을 밑도는 것은 지난 2002년(7.0%로 같았음)을 빼면 지난 1995년 이후 11년째 이어지고 있다. 실질GNI는 물가 등을 감안한 국민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GDP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것은 경제의 외형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실제 소득증가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은은 “우리의 주력수출품인 반도체 등 전기전자제품의 수출가격이 떨어진 데 반해 수입해오는 원유가는 급등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지난해 원유가 상승세가 2005년보다 덜해 GNI성장률이 다소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5년과 2006년 우리나라의 원유도입단가는 39.5%, 24.7% 급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지난해 실질무역손실은 68조1182억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5년(46조원)과 비교해 22조원 이상의 소득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지난해 건설투자가 마이너스(-)0.4%를 기록하며 부진했지만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는 각각 7.6%, 4.2%로 증가세가 확대됐다.

지난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 환율이 6.7% 하락한 데 힘입어 1인당 GNI는 2005년 1만6413달러에서 1만8372달러로 11.9% 증가했다. GDP에 대한 내수 및 순수출의 성장기여율은 각각 73.3%, 32.2%로 2005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총저축률은 민간저축률 하락의 영향으로 2005년보다 낮은 31.4%를 기록했다. 국내총투자율도 29.9%로 전년수준을 밑돌았다.

김병직기자 bj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