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로 무능력 공무원 퇴출 실험을 시작한 울산시청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중 하나는 복도를 오가는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업무시간중 커피를 마시며 잡담하는 여직원도,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자직원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난 1월19일 울산시가 공직사회에서 함께 일하기 싫어하는 기피인물 4명(5급1명·6급3명)을 ‘시정지원단’으로 발령을 낸 뒤 나타난 새로운 풍경이다. 변화는 우선 마땅한 보직 없이 시정지원단에 발령이 난 공무원들에게 먼저 찾아왔다.

이들은 매일같이 쓰레기 분리수거 검사나 덩굴나무심기 계도활동, 도로시설물 관리, 공원지역 지장물 철거 등의 현장업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불평불만없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업무시간중 게으름을 피우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주변 동료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울산시청에 이어 나흘 뒤인 1월23일 3명의 사무관을 대기발령을 내린 남구청도 마찬가지다. 1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명예퇴직을 한 뒤 2명으로 줄어든 이들은 매일같이 각 동을 돌며 불법광고물을 떼어낸다. 사무관이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일들이지만 성실한 자세로 일하고 있는 것이 남구청 자체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이들은 얼마전 구청장과의 만남에서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꼭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울산시청에는 업무시간에 인터넷이나 사적인 전화로 시간을 보내는 공무원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도 한결 부드러워졌고 모두가 업무에 적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남구청에서는 자발적으로 업무를 찾아 나서는 공무원들이 늘어나면서 간부들의 결재 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무려 30%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곽상희 울산시 인사계장은 “시정지원단제도를 도입한 뒤로는 공직사회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며 “공무원들의 눈빛이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한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 곽시열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