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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는 선천운(先天運)이나 이름은 후천운(後天運)이라.”

성명학자들은 좋은 이름이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입을 모은다. 태어날 때 결정되는 사주와 달리 이름은 후천적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명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인식의 반영이다. 이태호 성명학연구소장은 “쌍둥이의 사주팔자가 같지만 인생이 다른 건 이름 때문”이라며 “작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김동현 작명원장은 “이름은 자신의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신고 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좋은 이름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최근 개명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성명학자는 그러나 “무턱대고 남들 좋다는 이름을 따라 지어선 안된다”고 경계한다. 태어난 날짜와 시간에 따른 사주가 다르기 때문에 좋은 이름도 사람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여름에 태어난 아이의 경우 음양오행상 양의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火’자가 들어간 한자를 피해야 하고, 반대로 겨울에 태어난 아이는 ‘水’자가 들어간 한자는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한다. 한글 이름의 경우도 낮에 태어난 아이에게 ‘별님’이란 이름을 짓거나 밤에 태어난 아이에게 ‘햇님’이란 이름을 짓는 일은 피해야 한다.

이들에 따르면 또 이름의 각 글자는 상생(相生)을 이뤄야 한다. 이름자에 ‘龍’을 쓸 경우 용과 연관된 비(雨), 구름(雲), 강(江), 바다(海) 등을 함께 써주는 건 좋지만, 용과 상극(相剋)인 ‘火’나 ‘光’을 써선 안된다. 기본적으로 ‘病(병들병)’자나 ‘惡(악할악)’자처럼 뜻 자체가 나쁜 한자도 쓰지 않는 건 상식이다.

좋은 이름은 듣기에도 좋아야 한다. 과거 일찍 죽는 아이들이 많아 ‘개똥이’, ‘말숙이’ 등 천한 이름을 붙여주면 오래 산다는 속설도 있긴 했지만 이는 옳지 않다. 또 ‘아름’, ‘이슬’ 등 어렸을 때 어울리던 이름들이 나이가 들어선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경우도 있는 만큼 이런 요소도 작명에 감안된다. 작명가 이수안씨는 “식물도 예쁜 이름을 불러줘야 잘 자라는 것처럼 소리에도 오행이 있기 때문에 사람 이름도 어감이 좋고 부르기 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름 하나로 모든 운명이 결정되는 건 아니다. 우당 철학연구원장은 “이름은 길한 운을 더욱 키워주고, 흉한 운을 작게 해줄 뿐”이라며 “이름을 바꿨다고 사주나 운명이 다 바뀌는 건 아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람만 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욱재 대간작명철학연구원장도 “이름 잘못 쓰면 단명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거짓”이라며 “좋은 이름이 인생을 평탄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름 잘 쓴다고 운명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작명가 김상협씨는 “사주나 이름이 인생에서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후천적인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윤석만·김병채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