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체제변화)’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올해말 대통령선거는 단순히 정권 교체의 수준이 아니라 정치체제까지 포함한 사회모델 전반이 달라지는 의미를 띨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병진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12일 발간된 진보적 계간지 ‘창작과비평’ 봄호에서 이 같은 논지를 담은 ‘대한민국 레짐 체인지’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안 교수는 수록문에서 “현 집권진영은 민의를 해석하는 행위나 노력을 거의 방기한 채, 자신들이 집착하는 어젠다를 실현하는 것에만 매몰돼 있다”며 “이 같은 비자유주의적 행태는 노무현 정부가 사실상 구시대의 막내로서, 질적으로 김영삼·김대중 정부의 불철저한 자유주의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웅변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올해 대선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정치문화를 질적으로 혁신하는 것이라고 안 교수는 주장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2007년의 보수는 과거 이회장 후보 시절의 보수와 사뭇 다르다.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단순히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 안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시민들이 이명박을 진보적 후보로 인식하고 있는 현상은, 과거 이회창의 이미지가 특권계급의 대변자였던 것과 달리, 이명박이 청계천 개발 등을 통해 시민들의 진보적 욕망을 헤게모니적으로 선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진보진영에 대해선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들이댔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집권 개혁파의 실패로 자유주의 시대가 끝나고 좌파가 주도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고 안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진보정당 주도론을 언급하기 이전에 현재의 민주노동당이 얼마만큼 진보적인 정당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민주노동당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사회주의가 과연 어떤 점에서 21세기적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민주노동당내 다수파가 여전히 봉건적 체제에다 실패한 국가인 북한에 온정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한 안 교수는 “그런 점에서 과연 민주노동당 다수파가 한나라당내 개혁파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지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결론적으로 “2007년 대선은 단지 누가 정권을 잡느냐를 넘어 레짐(체제)의 방향을 규정하는 중요한 선거”라며 “향후 대한민국의 전반적 모델을 두고 공동체주의와 공화주의 간의 거대한 패러다임 충돌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