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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골프장 내장객이 2000만명을 돌파했다. 골프장 사업주들의 모임인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내놓은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골프장 250개소(회원제 157개소, 대중 93개소)를 이용한 내장객은 1965만3359명으로 2005년에 비해 10%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군(軍)이 운영중인 18홀 미만 골프장 24개소의 내장객을 제외한 수치여서 실제 내장객은 2000만명을 넘어선 셈. 국내 골프장 내장객이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지난 1999년이며 1500만명은 2003년에 기록됐다. 4년간 500만명 증가한 것에 비해 최근에는 불과 3년만에 500만명이 늘어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내장객 2000만명 시대를 맞은 한국 골프의 자화상은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그늘이 더 많은 게 사실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골프 도입 100년만에 대중화시대 = 한국에 골프가 들어온 것은 원산에 국내 최초의 골프장이 만들어진 1900년대 초. 그러나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골프는 ‘가진 자의 사치스러운 놀이’로 여겨졌다.

그러다 1998년 일대 도약기를 맞게 된다.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우승을 시작으로 골프는 거침없는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골프를 즐기는 저변도 확대됐다.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골프를 선택하는가 하면 각 자치단체에서조차 주민을 위한 골프강좌를 앞다퉈 개설했다.

동네마다 골프연습장이 몇개씩 생겨났고 골프를 배우려는 어린 학생들도 줄을 잇기 시작했다. 현재 골프를 배우는 초·중·고교 학생 선수는 단일 종목에서는 최다인 1만명을 헤아릴 정도다. 인기스포츠인 축구나 야구를 배우려는 학생보다 훨씬 많다. 골프 대중화란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됐다.

◆18홀당 내장객, 그린피는 세계최고 = 현재 국내에 영업중인 골프장은 회원제가 3591홀(199.5개),퍼블릭이 1176홀(65.5개)로 18홀로 환산해 265개소로 집계됐다. 내장객 수 2000만명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권이다.

18홀당 내장객 수를 따지면 7만5000명선으로 단연 세계 최고다. 골프장경영협회의 2005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1만8000개 골프장에 총 내장객은 1억명 정도로 18홀당 5500명선. 1800여개 골프장이 영업중인 일본은 8600만명의 내장객을 기록해 18홀당 3만4000명선이다. 중국은 250개 골프장에서 1300만명의 내장객을 기록해 18홀당 평균 5만2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일반 서민들에겐 골프는 비용이 많이 드는 사치스러운 운동임에 틀림없다. 주말에 서울 근교에서 비회원이 18홀 라운드를 하는데 1인당 30만원 가량의 경비가 소요된다. 17만~21만원의 그린피에다 카트비, 캐디피, 식음료 비용을 합친 금액이다.

특소세가 면제되는 제주에서도 1인당 최소 20만원은 가져야 18홀 라운드를 할 수 있다. 미국의 그린피는 평균 5만~7만원선이며 일본도 10만원 내외, 중국은 8만원선, 태국이나 동남아는 캐디피를 합해도 3만원 내외다. 골프 비용은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

골프장 업주들은 비싼 그린피의 원인은 세금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내장객 1인당 받는 그린피 20만원 중 7만5000원 정도가 세금이라는 것. 특소세 등 직접 거둬가는 세금만 4만2000원. 여기에 그린피 인상의 빌미가 된 종합부동산세 등 골프장이 내는 각종 세금은 결국 내장객이 고스란히 내고 있다.

이 간접세를 내장객 수로 환산하면 한번 라운드에 평균 3만원 이상이다. 결국 그린피의 30% 이상이 세금인 셈. 작년말 골프장들이 낸 종부세는 2005년에 비해 50~160%나 인상됐다. 골프장들은 과표현실화에 따라 갈수록 세금이 늘어나면 또다시 그린피 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늘어나는 해외 골프 = 중국이나 일본,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로 떠나는 해외 골프 여행객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몇 해전만 해도 골프여행객은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 때문이었지만 국내 그린피가 너무 오른 지금은 계절에 상관없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해외골프여행자 지출액 현황’에 따르면 2006년 한해에만 63만5400명이 해외 골프투어를 나가 1인당 1861달러씩 소비했다. 이들이 쓴 총 비용은 1조1402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여행업계에서는 실제로는 이보다 3~4배는 더 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미지항공 이주명 사장은 “해외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한 사례는 10만건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단순 여행객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실제 골프 목적의 여행객은 연인원 200만명이 넘으며 이에 따라 해외골프 지출액도 실제는 집계액의 2배 가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이 국내골프장을 이용한 사례는 4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5만944명이던 외국인 골프장 내장객은 2005년에는 4만445명으로 오히려 30%나 급감했다. 이는 높은 그린피와 골프 상품과 연계할 관광 문화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늘어나는 골프장으로 부실 우려 = 국내 골프인구는 300만명 선으로 추산된다. 골프시즌에는 수요(골퍼)에 비해 공급(골프장)이 아직도 턱 없이 모자라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부킹난이 가중되고 있다. 때문에 월 1회 주말부킹을 보장받는 수도권 골프장의 회원권을 사려면 3억~5억원은 줘야 하고 10억원이 넘는 골프회원권도 5곳이 넘는 이해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운영중인 곳 외에도 공사중이거나 사업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신규 골프장 수가 100여개를 넘고 있어 오는 2010년 이후 국내 골프장은 400개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규골프장 대부분이 수도권보다는 지방에 편중돼 있어 골프인구의 70% 이상이 몰려있는 수도권의 수요를 충족하기는 어렵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2월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이 18개지만 사업승인 중이거나 공사중인 곳은 19개에 이른다.

제주는 지금도 내장객이 없는 데다 3~4년후 이들 골프장이 모두 문을 열 경우 심각한 부실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회원권 시세가 분양가 이하인 몇몇 골프장이 ‘예탁금 반환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영·호남권도 1∼2년 이후면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일본처럼 골프장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최명식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