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9시 산골 학교인 경남 거창군 신원면 신원초등학교 전교생 41명은 특별한 손님을 맞느라 잔뜩 들떠 있었다. 농어촌 학교에 과학기기를 보내기 위해 문화일보가 지난 7월부터 펼치고 있는 ‘찾아가는 재미있는 과학교실’ 행사를 위해 ‘새박사’로 유명한 윤무부 경희대 교수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조무현 교수팀, 한국천문연구원 민병희 연구원 등 우리나라 과학계의 석학들이 한아름 과학기기와 컴퓨터를 들고 학교를 찾았다.

윤 교수와 포항공과대학교팀은 과학문화의 혜택을 받지 못한 시골학교 경험담과 과학실험을 통해 아이들을 경이로운 과학의 세계로 안내했다. 먼저 특강에 나선 윤 교수는“초등학교 4학년 때 밭에서 ‘후투티(hoopoe)’라는 아름다운 철새를 보고 새 공부를 시작해 지금의 새박사가 됐다”며 “과학자가 되려면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토끼 20마리를 길러 학교에 주전자를 사다준 이야기 등 다양한 어린시절 이야기를 통해 호기심과 관찰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그는 “부지런하고 열심히 생각하면 누구나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며 “공부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포항공과대학교의 재미있는 과학실험과 한국천문연구원의 별자리 강좌도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탁구공을 이용해 공기대포 진공실험과 소리망치, 음악을 눈으로 보는 소리불꽃, 편광마술, 마술 못침대 등의 과학실험을 보며 아이들은 탄성과 함성을 질러댔다. 이어진 별자리 강좌에서도 기증된 천체망원경을 이용한 별자리 관찰과 망원경 조립에 집중하며 재미있게 강의를 들었다.

신기한 눈으로 포항공과대학교 조무현 교수팀의 과학실험을 본 6학년 곽광숙(13)양은 “불빛을 이용해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과학실험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5학년 임중수(12)군은 “새박사님인 윤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공부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생각을 많이 하고 호기심도 가져 윤 교수님 같은 동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현옥 교장은 “산간 오지학교 아이들이 직접 유명한 교수님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었다”며 “아이들이 꿈을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장은 “도시 학교 같은 경우 제도적으로 혜택을 많이 받는데 시골 학교는 학생수가 적어 큰 학교와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해 항상 아쉽다”며 “앞으로 이 같은 행사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이날 신원초교에 서울대와 IBM,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천문연구원, 한국과학문화재단이 기증한 컴퓨터 4대, 노트북 2대, 현미경 1대, 천체망원경 1대, 과학책 24권을 전달했다.

거창 = 박영수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