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교수의 분단체제론은 이론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분단체제론’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 발간된 계간지 ‘시대정신’ 겨울호에서 안 교수는 ‘허구로서의 분단체제’라는 기고문을 통해 ‘백낙청 분단체제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같은 비판은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두 거두라고 할 수 있는 백 교수와 안 교수가 정면으로 맞서는 형국이어서 향후 백 교수의 반응이 주목된다. 앞서 백 교수는 계간지 ‘창작과 비평’ 겨울호를 통해 안 교수를 비롯한 우파 학자들을 실명 비판한 바 있다.

안 교수는 우선 “한국에서는 산업화, 민주화 및 선진화 등 중요한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기는 하지만, 통일을 중심으로 하는 남북문제의 해결과 연관시키지 않고서는 이같은 과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 백 교수의 주장”이라면서 “정말 우리가 남북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지 않고서는 산업화나 민주화나 선진화를 제대로 달성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안 교수는 이어 “백 교수의 분단체제론이 성립하기 위해선 여러 모순이나 여러 체제를 변수로 환원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방법이 없다”면서 “다시 말하면 수량화가 필수적인데 백 교수의 분단체제론은 이같은 수량화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백 교수 같은 분이 왜 이같은 간단한 문제에서 실수를 범하고 있을까”라며 “실제로 백 교수는 분단체제론을 제기하면서도 그 이론화는 거듭거듭 사회과학도들이 맡아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백 교수가 사회과학도들에게 정립하기를 기대했던 분단체제론은, 본래 성립할 전망이 없었기 때문에, 사회과학자들로부터 완전히 외면당한 것”이라고 안 교수는 주장했다. 즉 백낙청의 분단체제론은 개념으로서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 교수가 분단체제론을 거듭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안 교수는 “국정운영이나 민중운동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밝히기 위해서였다고 생각된다”면서 “대개 진보진영에서는 통일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데 (백 교수는) 왜 통일이 국정의 우선적 과제인가를 밝히기 위해 분단체제론을 제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통일운동에서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동력이 나온다는 백 교수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견강부회”라면서 “경제발전에서 본질적인 요인은 값싼 양질의 노동력과 수출지향 공업화 정책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결론적으로 “한국사회는 지금부터 제대로 된 선진적 시민사회의 형성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이 와중에) 백 교수는 민중운동을 기초로 하는 민중민주주의 운운하고 있는데, 민중민주주의란 바로 인민민주주의이며, 이 지구상에서 인민민주주의는 모두 독재국가였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