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사실상 확정되기까지에는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가 절대적이었다. 2일 4차 예비투표에서 15개 안보리 이사국들 중 반대표가 1표도 나오지 않은 결과에서 드러나듯, 반 장관은 모든 국가에 ‘거부감없는 후보’로 각인됐다. 특히 미국과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P5)들이 반 장관에 대해 이례적으로 지지의사를 공개표명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외신들도 반 장관의 사무총장 당선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면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반 장관 지지이유 = 5개 상임 이사국 가운데 일찌감치 반 장관 지지의사를 나타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아시아에서 후임 사무총장이 나와야 한다는 논리를 강하게 몰아붙여 반 장관에게 유리한 토양을 만들어주었다. 미국은 당초 동유럽후보에 관심을 보이는 등 마음을 잡지 못했으나, 차기 몫이 아시아로 굳어지는 순간 미국도 한국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로 돌아섰다는게 대체적 분석이다.

존 볼튼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2일 표결직후 “우리는 반 장관을 매우 높이 존경하며 그가 워싱턴(한국대사관)과 유엔에서 근무할 당시부터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를 외교관으로서 또 자연인으로(professionally and personally)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경주정상회담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정상회담 석상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반 장관의 출마사실을 언급하면서 특별한 관심을 과시했었다. 이어 지난 14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부시 대통령이 반 장관에게 ‘적절한 사람(Right man)’이라고 지칭한 뒤 “행운을 빈다(Good Luck)”라고 인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고위외교소식통은 “반 장관이 유엔총장 후보로 내정되는 것은 미국의 지지없이는 불가능했다”며 “반 장관의 차기총장 내정은 한·미관계가 외부적으로 비쳐진 것과 나쁘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해석했다.

◆외신 반응 = 뉴욕타임스는 “반 장관이 유엔에 잘 알려진 인물”이라며 “그의 선택은 한국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3일자에서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코피 아난보다 북핵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신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 인터넷판은 “반 장관의 가장 훌륭한 자질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모든 당사자들과 화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전했다.

영국의 BBC는 “미국이 스타 외교관보다는 실무 행정가를 원한다는 점에서 반 장관을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는 “반 장관이 1971년 총장으로 재임한 미얀마의 우 탄트 이후 첫 아시아인 사무총장이 될 기회를 잡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반 장관을 위한) 한국의 캠페인은 세계 각국에 대한 원조 약속과 돈이 많이 드는 여행을 동반한 값비싼 대가였다”고 꼬집기도 했다.

◆카타르와 요르단에 닥친 후폭풍 = 아랍연맹 회원국인 요르단과 카타르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서 심각한 외교갈등을 겪고 있다. 요르단은 자이드 알 후세인 왕자를 사무총장 후보로 냈으나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인 카타르가 반 장관에게만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알 후세인 왕자는 4차투표에서 찬성 2표와 반대 8표로 6명의 후보중 꼴찌를 차지하는 수모를 당했다.

나세르 주데 요르단 정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카타르가 알 후세인 왕자를 지지하기로 한 아랍연맹의 결의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요르단 정부는 급기야 카타르 주재 자국대사를 소환키로 결정했다고 관영 페트라 통신이 3일 전했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천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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