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2일 문화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후보 내정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사무총장을 노렸던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낙마로 인해 ‘대체 카드’로 급부상했던 반 장관의 1년여 동안의 숨가빴던 유엔 사무총장 도전사가 문화일보와 함께 첫발을 내딛었던 셈이다.

반 장관은 장관직 유지라는 정부의 배려 속에 전세계를 누비며 특유의 성실과 친화력으로 국제사회에 어필했다.

◆숨가빴던 12개월 = 반 장관은 2월14일 유엔 사무총장 도전 사실을 발표하면서 정식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동안 조용하게 물밑 작업을 진행했던 정부도 반 장관이 출사표를 던진 이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관’직을 유지토록 하는 배려도 했다. 그가 외교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반 장관은 전 세계를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공식출마선언 전인 1월 말~2월 초 아프리카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가나·콩고, 상임 이사국인 프랑스 등을 방문, 지지기반을 다진 반 장관은 3월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길에 동행하며 이집트,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을 방문했다.

반 장관에게 지난 7월 희소식이 날아 들었다. 미국이 아시아 후보 지지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 분위기 속에 7월24일 열린 1차 예비투표에서 반 장관은 찬성 12표, 반대 1표, 기권 2표로 1위를 차지하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반 장관은 9월14일 2차 예비투표에서 14개 이사국의 지지를 받으며 기세를 이어갔다. 반 장관의 유세 활동은 9월 중·하순 유엔 총회 기조연설 기간 정점에 달했다. 그는 이 기간 각국 정상 60여명을 포함한 고위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지지세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반 장관은 9월28일 제3차 예비투표에서 찬성 13표(반대 1표, 기권 1표)를 획득하면서 ‘반기문 대세론’을 기정사실화했다.

◆남은 일정 및 변수 =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예약한 반 장관은 오는 9일로 예정된 안보리 본선거 관문이 남아 있다.

본선거에서는 5개 상임이사국 전원을 포함해 9개국 이상(전체 이사국은 15개국)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4차 예비투표에서는 반 장관에 대한 반대표가 없었기 때문에 본선거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추대될 가능성도 있다.

본선거 뒤에는 오는 15일쯤 형식적인 절차인 유엔 총회 선거가 남아 있다. 통상 총회에선 안보리가 추천 후보를 발표하면 박수로 선출을 결정한다. 막판 변수로는 안보리 본선거 이전 강력한 후보 등장이나 유엔총회 반란 가능성이 있지만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